1981년 집권 이래 권위주의 통치를 지속한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정권에도 황혼이 찾아 들었다. 이웃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 자극 받은 반정부 시위는 경찰 발포로 이미 100여명의 사망자가 났지만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어제까지 엿새째 이어졌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오마르 술레이만 전 정보국장을 집권 이래 첫 부통령에 임명하고 아흐메드 샤피크 전 항공부 장관을 총리에 임명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두 사람 모두 군 출신 측근으로 민주화 개혁 요구와는 동떨어진다. 군부를 앞세워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시도에 시위가 진정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초기 시위 진압에 실패한 경찰 대신 치안 유지에 나선 군은 시위대와의 충돌을 피한 채 짐짓 중립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위대도 군과 마찰을 피한 채 협조를 강조하고 있다. 반정부 지도자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무바라크 하야를 거듭 촉구하고 있는 것도 사태 장기화를 예고한다.
미국을 비롯한 우호국들도 냉담하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혈사태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와 시위대의 자제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 정치개혁을 주문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공동성명을 통해 무바라크 정권의 폭력행사에 반대했다. 주변 왕정국가 일부가 시위대를 비난할 뿐 국제 여론은 무바라크 정권에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바라크가 이런 위기를 견뎌낼지는 거의 전적으로 군에 달려있지만 군의 향배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가 결국 명예로운 퇴진을 모색하는 길 밖에 없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튀니지를 거쳐 이집트로 번진 반정부 시위와 혁명 사태는 시대 변화를 외면한 장기 독재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국민의 정치의식 향상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수평적 의사소통이 결합한 거대한 힘도 거듭 확인됐다. 정보혁명이 정치변혁을 부르는 시대가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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