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 있고, 꽃도 그렸고, 사람들도 모두 둥둥 떠다니고 샤갈 아저씨가 그림 속에다 무언가 많이 숨겨 놓은 거 같네. 하지만 다 찾아낼 수 있어. 여기 당나귀도 보여.”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이 한창 열리고 있는 25일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은 박성우(가명ㆍ17)군은 붉은색 바탕에 초록빛 얼굴의 곡예사가 그려진 ‘서커스에서’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박군은 “이 그림이 제일 좋다. 빨간색이 좋다. 어렸을 때 서커스 본 기억이 떠오른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박군과 함께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 다니는 초ㆍ중ㆍ고생 24명이 미술관을 함께 찾아 그림을 감상했다. 뇌병변 자폐증 등 몸이 불편한 아이들은 샤갈의 걸작 164점을 둘러보며 작가의 따뜻한 시선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들을 인솔한 부선정 복지사는 “평소 몸이 불편해 전시회를 자주 찾진 못하지만 방학 때 체험학습의 일환으로 나온 것”이라며 “사전에 샤갈에 대해 공부도 하고, 그림도 따라 그려 아이들이 전시회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화가가 되고 싶은 왕기준(가명ㆍ16)군은 도시 위를 떠다니는 연인들의 모습을 그린 ‘도시 위에서’ 앞에 서서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은 처음 본다”며 “보고 있으니깐 기분이 좋다”고 수줍게 웃었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정원수(가명ㆍ12)군도 “부드러운 터치감이 멋지다”고 제법 어른스러운 얘기를 했다. 박윤수(가명ㆍ17)군은 “책에서 보다가 전시회에 오니깐 색감이 디테일하게 보인다”며 “나도 앞으로 이런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부 복지사는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라 문화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며 “이렇게 어렵게라도 나와서 작품을 보면 실제 아이들이 호기심이 왕성해지고, 집중도도 높아질 뿐 아니라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배려하는 것과 관람예절까지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방학을 맞아 학생 관람객들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12월 3일 개막한 샤갈전은 약 두 달 만에 27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전시 초기 일일 관람객의 27% 정도였던 학생 관람객이 1월 이후 35%로 증가했다. 샤갈전 김진현 큐레이터는 “방학을 맞으면서 관람객들 대부분이 가족 단위다”며 “다양한 동화 같은 주제들을 아름답게 표현한 샤갈의 작품들이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샤갈전은 설 연휴에도 평일과 같이 운영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9시.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맞춤해설은 매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전시해설은 오전 11시부터 2시간 간격으로 오후 7시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3월 27일까지. 1577_8968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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