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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무바라크 떠날 때까지" 수십만 시위대 함성 자유광장 뒤덮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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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민주화 시위/ "무바라크 떠날 때까지" 수십만 시위대 함성 자유광장 뒤덮어

입력
2011.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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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로 접어든 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가 1일(현지시간) 정점을 찍었다. '민주화의 성지'가 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시위대가 몰려들기 시작했고, 오후가 되자 '독재 타도'를 외치는 25만명의 거대한 함성이 광장을 뒤덮었다.

반정부 세력이 100만인 행진을 공언한 이날 무바라크 정부가 인터넷과 휴대폰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한 탓에 시위를 전파하는 수단은 사라졌지만, 시민들은 입에서 입으로 집회 일정을 공유하며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 교사, 농부, 대학생, 히잡을 두른 여성 등 남녀노소, 각계각층을 가리지 않았다. 항공기 엔지니어 모하메드 압둘라(27)는 로이터통신에 "무바라크가 떠날 때까지 아무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광장에는 무바라크 대통령의 형상을 본떠 만든 인형이 내걸리기도 했다.

군은 이날도 탱크를 동원해 광장을 비롯, 카이로로 진입하는 주요 도로를 전면 봉쇄했다. 군용 헬기도 하루 종일 카이로 상공을 선회하며 위력을 행사했지만 군중의 시위 참여를 막지 않았다. 이스마일 에트먼 군 대변인은 "평화적 집회만 보장된다면 시민들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알렉산드리아에 수에즈, 미냐 등 이집트 주요 도시에서도 수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몰려 나와 이집트 국기를 몸에 두르고 국가를 부르며 정권 퇴진에 힘을 보탰다.

이제 타흐리르광장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1,500여명의 시위대들은 탱크가 둘러싼 광장에서 밤을 지샜다. 한 때 경찰과 시위대 간 육박전이 벌어졌던 이곳은 지난달 28일 군이 치안을 넘겨받은 뒤부터 캠핑장처럼 바뀌었다. 세살 난 아들을 데리고 광장에 나온 43세 교사 파리다 자와드는 "아들의 삶은 우리보다 나아지리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여기에 나왔다"고 AP통신에 맗했다.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약탈과 헌혈이 공존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카이로 시내의 한 병원은 헌혈을 하러 온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뤄 병원 측이 "며칠 뒤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낼 정도였다. 주말 이후 혈액은행에는 평소 보유량의 4배가 넘는 하루 1,500팩의 혈액이 들어오고 있다.

물과 식료품을 사재기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인구 1,800만의 대도시 카이로에 문을 닫은 상점도 많도 문을 열었어도 없는 것 투성이여서, 시민들은 닥치는 대로 냉동식품 우유 콩 등을 사들였다. 은행의 현금지급기에는 돈이 떨어진 지 오래여서 궁핍함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UNHCHR)은 이날 미확인 보고서를 인용,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3,000여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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