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계시는 파혼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김태의 판사는 결혼을 약속했다가 파혼을 통보받은 A(여)씨가 약혼자 B씨와 그의 어머니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B씨는 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B씨 어머니가 기도하는 도중에 '아들이 A씨와 결혼하면 불행해진다'는 계시를 받아 결혼에 반대했는데, B씨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며 A씨에게 파혼을 통보해 약혼이 해제됐다"며 "이런 사정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파혼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A씨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적으로나마 위로해야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예식장 사용 계약을 하는 등 결혼 준비 과정에서 B씨의 연락이 뜸해지고 자신에게 소홀해진 것을 느끼자 "임신을 했는데 자연유산이 된 것 같다"는 거짓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B씨는 "어머니가 종교적 계시로 반대하는데 이를 무릅쓰고 결혼하기 어렵다"며 파혼을 통보했다.
B씨는 "A씨가 임신을 했다는 등 거짓말을 해 신뢰가 손상됐으므로 결혼이 무산된 것은 A씨의 책임"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파혼을 통보할 당시 거짓말한 사실을 알지 못했으므로 이는 약혼 해제를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