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반정부 시위를 바라보는 미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은 연일 이집트 민주화와 개혁을 촉구했지만 직접적인 압박과 개입은 꺼리는 상황이다. 아랍권 최대 동맹국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화를 지지하는 인상을 남기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미국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긴급회의를 열어 이집트 상황을 점검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폭력에 반대하고 자제를 촉구하며 이집트의 정치개혁을 진전시키는 구체적 조치들을 지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에게"(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약속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압박을 가했고, 클린턴 국무장관도 30일 "민주주의로의 질서 있는 이행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은 독재자가 아니다"(조 바이든 부통령, 27일 PBS) 발언 등에서 보듯 미국은 현 체제를 옹호하는 속내도 내비쳐왔다. 미 뉴욕타임스는(NYT)는 29일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를 촉구했지만 그것이 '새로운 최고 지도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 외교정책의 딜레마를 비꼬았다.
미국 입장에서 '무바라크의 이집트'는 아랍권에서 미 외교정책을 지탱하는 최대 조력자였다. 이 때문에 이집트의 독재 상황에도 눈을 감아 왔다. "오바마 집권 2년 동안 이집트의 민주화와 인권은 미국의 최우선 순위에 있지 않았다"(워싱턴포스트 29일)는 것이다.
물론 무바라크가 몰락하고 이슬람 급진세력인 무슬림형제단 등이 이집트 정권을 장악하는 것도 미국 입장에선 마뜩잖다. NYT는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은 어떤 결과든 미국이 아닌 이집트 민중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집트 상황에 앞장서 개입하기 어려운 미국의 고민을 드러낸 대목이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