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6시20분께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내 공군기지 입구. 긴 어둠을 뚫고 새벽 여명이 밝아오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앞서 오전 2시30분부터 분산 배치됐던 수십 명의 경찰관들이 일제히 폴리스라인을 촘촘히 메웠고, 취재진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내 비상경고등을 켠 순찰차를 앞세우고 해양경찰특공대 호송차량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문을 어둡게 처리해 내부가 거의 보이지 않은 이 차에는 국내에 사상 처음 압송된 소말리아 해적들이 타고 있었다.
삼호주얼리호 구출 과정에서 생포한 해적 5명은 이날 오전 4시20분께 아랍에미리트 왕세자 전용기를 통해 공항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에는 아랍에미리트 측이 지원한 해적 호송 요원 10명과 우리 외교부 직원 1명이 동승한 정도만 알려졌고 착륙 후 모든 일정이 철저히 비공개됐다. 해경 관계자는 “해적들은 도착 후 출입국관리소, 세관, 검역소 등 관계자들로부터 간단한 입국심사와 검역을 받은 뒤 바로 해경이 신병을 인수했다”고만 밝혔다.
군 당국도 해적 압송 항공기가 김해공항의 운항통제시간(오후 11시~오전 6시) 사이에 도착했으나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착륙허가를 내줬다.
해적의 압송 장면을 지켜보려 공항 앞에서 밤을 세운 시민도 있었다. 김재빈(26)씨는 “해적이 한 일을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나 (그들을) 보기 위해 나왔다”며 “철저한 수사로 본때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소은(28)씨는 “그들이 근처에 왔다는 게 무섭긴 하지만, 해적들이 더 이상 우리 선원들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김해 공군기지를 나선 수송 차량은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까지 17km의 거리를 25분여만에 내달렸다. 해경 특공대 전술 차량 등은 모두 비상 경고등을 켠 채 삼엄한 호송 경비를 이어갔고, 시내에 배치된 교통 경찰은 이들의 이동에 맞춰 차가 멈추지 않도록 교통신호를 조작하는 등 손발을 맞췄다.
해적 호송 차량이 부산지법에 도착한 후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해경은 중무장한 해경 특공대 40여명을 차량 주변에 배치했고. 부산경찰청도 대원 80여명을 지원했다. 부산지방법원 건물 내 주차장으로 들어간 호송 차가 주차한 뒤, 특공대원 2명이 해적 1명씩 차례로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경비는 삼엄했다. 해경이 버스 문 쪽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은 탓에 해적의 이송 모습은 자세히 보기 어려웠다. 압송되는 해적들은 대부분 상체를 앞으로 숙인 채 이동했다. 그들은 두터운 잠바를 입었고, 머리엔 모자와 수건을 덮어 써 식별이 어려웠다.
해적의 모습이 드러난 건 오전 10시께 부산 동구 남해해양경찰청 주차장. 전형적인 흑인 피부에 170~180cm의 키와 마른 체구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해적들은 해경이 제공한 방한복과 운동화를 착용하고, 수갑을 수건으로 가린 채 특별수사본부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