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예 퇴진 피하기 '결단' 정치권 흔들기에 불만說도"친박계 장관이라…"靑 수리여부 고심 속 부분개각 이어질수도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8일 구제역 사태가 수습되면 장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정치인 출신 장관으로서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 구제역 확산과 관련 유 장관 책임론이 비등해지는 상황에서 떠밀려 사퇴하는 불명예를 피하고,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인다.
유 장관의 한 측근은 "구제역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결심은 이미 오래 전에 했고, 날짜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퇴할 때까지는 구제역 조기 종식과 피해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구제역 현장 방문 차원에서 인천을 찾았다. 한나라당의 한 친박계 의원은 "장관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다하고 의연하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내년 총선 등 정치적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장관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에는 책임론을 내세워 자신을 흔드는 일부 여권 세력에 대한 불만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유 장관은 회견문에서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반드시 있고, 시간이 지나면 책임 소재도 분명히 드러날 것"이라고 자락을 깔았다.
유 장관은 행정고시(23회) 출신으로, 1979년 공직에 입문한 뒤 최연소 군수(김포군수)ㆍ구청장(인천 서구청장)ㆍ시장(김포시장) 등을 기록한 행정 전문가다. 그런 유 장관이 공직자로서의 '능력'을 의심 받는 등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 사의 표명의 배경이란 분석도 있다. 또 정치권 일부에서는 "친박계 핵심인 유 장관이 혹여 박근혜 전 대표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상황을 우려해 신상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 장관이 나중에 공식적으로 청와대에 사퇴서를 낼 경우 이명박 대통령이 이를 수리할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청와대는 유 장관이 친박계라는 점을 감안해 사퇴서 수리를 미룰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지금은 구제역 파동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국면으로 사퇴서를 낼 국면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장관의 장관직 사퇴가 현실화할 경우 2, 3월 중에 부분 개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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