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국가 권력보다 힘이 세다. 따라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뿌리깊은 인종 갈등을 끝내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초대 흑백 공동정부를 이끌었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2000년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체육기자연맹(AIPS) 총회에서 한 말이다.
10년을 훌쩍 건너뛴 27일(현지시간) 오후. 스위스 로잔에서 만델라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메시지를 구현한 케냐의 갸냘픈 여자 마라토너가 2010 월드페어플레이상 윌리 둠 부문을 수상했다.
주인공은 테겔라 로루페. 1994~98년 동안 보스턴,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세계 4대 마라톤대회를 석권해 '마라톤의 여왕'으로 불린 로루페는 은퇴 후 아프리카 여성들의 권익과 교육, 그리고 유엔 스포츠대사로서 맹활약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이름을 딴 로루페 재단을 설립, 해마다 케냐와 우간다, 수단에서 평화마라톤을 개최하는 등 스포츠를 통해 평화를 실천하는 올림픽 이념을 실천해 왔다. 이 대회는 특히 대통령과 총리, 대사 등 정부 고위관료와 각 부족들의 반군들까지 참여하는 대회로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이란 축구선수 아민 모타바셀레 자데스와 남자 400m 허들에서 올림픽을 2연패(1976, 84년)한 에드윈 모제스(미국)는 월드페어플레이 피에르 쿠베르탱 부문과 장 보로트라 부문 수상자로 각각 선정됐다.
국제페어플레이위원회(CIFP)는 이날 오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포함한 전세계 83개국에서 16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AIPS 주최 심포지엄을 통해 2010 월드페어플레이 수상자로 이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월드페어플레이 상은 1965년부터 페어플레이 정신을 고양시킨 선수나 팀, 단체를 대상으로 CIFP가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피에르 쿠베르탱, 장 보로트라, 윌리 둠 3개 부문에 걸쳐 매년 시상해왔다. CIFP는 1963년 유네스코와 AIPS, 국제축구연맹 등 7개 국제 스포츠단체가 공동으로 창립한 기구다.
이란 축구클럽 모하메트 세파시팀의 스트라이커인 자데스는 2010년 2월2일 자국 클럽대회에서 상대 골키퍼가 아크 정면에서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볼을 잡아 득점할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볼을 골 문으로 넣지 않고 일부러 외곽으로 차내는 페어플레이를 선봬 큰 화제를 모았다. 상대팀에 0-2로 끌려가 1골이 아쉬운 상황에서 나온 그의 페어플레이 경기장면은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졌는데 100만건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는 "볼을 왜 외곽으로 차냈냐"는 질문에 "충분히 득점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지만 만일 그랬다면 그것은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1976~1984년까지 허들에서 107연승의 신화를 낳은 모제스는 은퇴 후 스포츠 외교와 행정부문에 헌신하면서 '약물 없는 스포츠'를 주창하는 등 약물 추방운동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권익보호에 앞장선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모제스는 수상소감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페어플레이정신을 본받았다"면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AIPS는 '2010 파워오브 스포츠상' 수상자로 베이루트 마라톤대회를 창설해 내전에 찌든 레바논에 활력소를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메이 엘 카힐리(레바논)와 84년 LA올림픽 여자 400m 허들에서 아랍권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딴 나할 엘 모타와겔(모로코), 아이슬랜드에서 30년 이상 장애인들에게 무료로 수영을 가르치다가 지난해 11월 숨진 엘링거 요한슨(아이슬랜드)을 각각 선정했다.
로잔(스위스)=글ㆍ사진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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