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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 묵계월 박윤정의 경기 송서' 출반/ 사라져가는 송서, 음반으로 세상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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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 묵계월 박윤정의 경기 송서' 출반/ 사라져가는 송서, 음반으로 세상에 나왔다

입력
2011.01.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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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렵고 못할 일이 장생불사뿐이로다. 진시황 한무제도 채약구선하여 연년익수하려다가 (후략).” 목청 좋은 선비가 장단 타고 글 읽는 소리는 우화등선의 풍류다. 한시의 역문를 전통 4ㆍ4조의 장단에 실어 시조창에 버금가는 염결한 선율로 빚어내는 그 같은 관습은 송서(誦書)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엄연한 전통 성악 양식이다. 그간 대중성 없다는 이유로 절멸의 위기에 놓여 있던 송서가 음반 ‘이문원 묵계월 박윤정의 경기 송서’로 변해 후대에 손 내밀었다(신나라).

“내 나이 16세가 되던 해 이문원 선생님을 만나 송서 ‘삼설기’를 배웠으나 (중략) 배우기 힘든 데다 활용할 데도 없어 행여 대가 끊길라 노심초사했다”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57호 경기민요 명예보유자 묵계월(본명 이경옥) 선생의 사연이 허두에 가름한다. 올해로 딱 구순인 묵 선쟁은 “문학적, 음악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송서를 널리 알리고자 함”이라고 음반의 앞머리에서 카랑카랑 밝힌다.

첫 음반은 묵 선생과 직계 제자 박윤정(53ㆍ국악협회 하남시지부장)씨가 경기 지역의 송서를 취입한 것이다. ‘삼설기’ ‘등왕각서’ ‘짝타령’ ‘적벽부’ 등 4편의 송사가 스승 이문원 선생이 남긴 유성기 음반의 음원, 두 여성 창자의 영창으로 나란히 수록돼 비교 감상의 재미까지 따른다. 송서의 전승사가 올곧게 정리된 셈이다.

1900년대 초까지도 여느 마을 서당 어귀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던 송서가 생활 속에서 슬슬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것은 외래 문명이 본격 유입되던 1930년대부터. 온통 한문투의 가사가 굳게 빗장을 치고 있는 송서에 귀기울이는 일반인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술 더 떠 배우기도 까다로우니 송서는 거반 죽은 형식이 돼 갔다. 그러나 유일한 여제자 박씨는 85년부터 스승으로부터 시김새와 창법 등 송서에 필요한 목청을 닦기 시작했다.

대학원 논문이 발단이었다. 주제를 놓고 고심하던 그는 스승으로부터 ‘송서 완창’이라는 과제를 넘겨받았다. 사설이 까다롭고 외우기가 힘들어 이름조차 잊혀져 가던 ‘삼설기’를 먼저 전수받은 그는 석사학위 논문을 ‘묵계월창의 삼설기 선율 구조’ 로 잡고 실기와 이론을 다잡아 나갔다. ‘서초패왕기’ ‘삼자원종기’ ‘노처녀가’ 등 해학성 높은 9편이 짧은 전통 낭송 방식으로 되살아 났고, 내친 김에 ‘등왕각서’ 등 세 작품도 완성돼 갔다. 모두 이번에 수록된 작품이다.

2007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의 첫 무대를 포함, 지금까지 다섯 차례 가졌던 완창 무대의 경험으로부터 박씨는 지금 또 다른 가능성을 보고 있다. “송서보존회(회장 이수영)와 힘을 합쳐 소리극으로 만들 생각이에요. 이해가 훨씬 잘 될 테니까요.”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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