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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중년의 뇌가 열등하다는 것은 세대적 음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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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중년의 뇌가 열등하다는 것은 세대적 음모

입력
2011.01.28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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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스트로치 지음ㆍ김미선 옮김

해나무 발행 ㆍ331쪽ㆍ1만5,000원

'늙다'라는 용언은 과도하게 부정적이다. 심지어 편파적이다. 노화의 사전적 의미 너머에 혹시 어떤 세대적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닌지 석연찮을 정도다. 나 자신이나 내가 내 몸처럼 아끼는 누군가의 노화를 과정이나 결과로써 감지하게 될 때, 그래서 늙음의 부정적 의미가 더 무겁고 가혹하게 느껴질 때 우리 자신 역시 젊음의 특권을 더 크게, 요컨대 편파적으로 평가한다. 세대적 음모가 있다면 음모의 주체는 노화의 덫에 빠져 버린 세대일 공산이 크다.

그런데 이 책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 는 통념이라 해도 좋을 그 관성적 인식을 뒤집는다. 한 마디로 "중년의 뇌가 (젊은 뇌보다) 더 똑똑하고, 더 침착하고,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그것도 믿음직한 뇌과학과 인지사회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미국 뉴욕타임스의 의학ㆍ건강 전문기자인 저자 바버라 스토리치가 전하는 중년_그는 중년을 40~60대로 친다_ 뇌의 놀라운 능력을 보자.

인간의 뇌는 뉴런(신경세포)의 몸통 격인 회색질과 팔다리에 해당하는 백색질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백색질을 구성하는 미엘린(myelinㆍ수초)은 나이가 들어도 계속 자라 50세 무렵에야 절정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미엘린은 전선의 절연물과 같은 것이어서 미엘린이 늘어날수록 뇌 신호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어떤 자극에 대해 더 빨리, 더 분별력 있게 논리적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뇌 안쪽의 편도(amygdale)라는 부분은 공포감을 비롯한 여러 감정에 간여하는 인간의 경보장치인데 나이가 들수록 편도가 부정적 자극보다는 긍정적 자극에 더 활발히 작용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는 중년 뇌가 젊은 뇌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감정 통제력을 갖는 비밀을 풀어 준다.

젊은 뇌가 좌뇌 혹은 우뇌 한 쪽만 편중해 사용하는 데 반해 중년의 뇌는 양쪽 모두를 사용해 자극을 수용하고 해석한다는 사실도 최근 밝혀졌다. 저자는 "중년의 뇌는 덜 활동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더 활발하게 사용되며(…) 더 많은 힘을 동원하고 신경에서 더 많은 즙을 짜내서 안 될 일도 되게 한다"는 뇌과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한다.

이 같은 근거를 통해 저자는 중년의 뇌가 판단력과 사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능력, 어휘력, 직관, 통찰력 등 면에서 젊은 뇌를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다양한 실험 결과와 구체적 사례 등을 제시한 뒤 "사람과 일 그리고 재정에 관해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은 (중년에 들어) 더 강해진다"며 "뇌가 지식을 층층이 서로 얽고 연결망의 패턴을 형성하는 덕분에 우리는 그런 패턴과 상황의 유사성을 순식간에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낸다"고 밝혔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뇌의 단기기억력이 감퇴하고, 반응 속도는 느려진다. 대신 어떤 주장의 요지를 더 빨리 잘 이해하고, 실제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능력, 즉 귀납적 추론 능력은 더 나아진다. 부분적 쇠퇴를 편파적으로 일반화해 뇌 기능 전체가 점점 쓸모를 읽게 된다는 식으로 평가절하해서는 안 되며, 굳어간다고 생각했던 중년의 뇌가 (덜 성숙한 뇌보다) 더 기민하고 유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는 중년의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교육과 운동, 절식(節食)과 같은 약한 수준의 스트레스, 블루베리 등 활성산소흡수력이 좋은 식품이 뇌세포 노화를 제어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들도 소개돼 있다. 하지만 저자는 뇌과학의 미개척 영역이 여전히 넓어 무엇 하나 과학적으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는 단서도 달았다.

노화가 생명의 숙명이듯 인류 역시 추세적으로 노화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5세 미만 인구를 역전할 날도 머지 않았다. 19세기의 소설가 조르주 상드는 28살 때 자신은 결혼하기엔 너무 늙었다고 말했다. 당시 관습으로 25세가 넘으면 노처녀였다고 한다. 평균 수명이 40대 전후였던 르네상스 시대의 중년은 20대쯤이었을 것이다. 인류의 노화에 우리의 뇌가 한 걸음 앞서 대비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를 일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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