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 코스타 지음ㆍ장세현 옮김
쌤앤파커스 발행ㆍ496쪽ㆍ2만2,000원
"이 책은 한밤중에 울리는 경계병의 딱따기 소리다. 이것은 도움을 구하는 요청이다. 또한 대중교육의 결과 탄생한 우리의 가장 위대한 무기, 즉 인간 두뇌에 의지하여 이제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간청이기도 하다."
사회생물학을 전공한 저술가이자 전직 정보기술(IT)기업 경영자인 저자가 붕괴의 위험에 처한 현대 문명을 진화론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세계적 불황, 강력한 유행성 바이러스, 테러리즘, 치솟는 범죄율, 핵 확산, 교육 실패 등의 쟁점을 "문명의 쇠락 패턴"의 차원에서 들여다본다. 로마나 크메르, 마야 제국 등 거대 문명의 붕괴 과정에 겹쳐 보여 주는 현 세계 몰락의 경고들이 섬뜩하다.
저자는 현대인들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까닭을 "오래된 믿음의 장벽"에서 찾는다. 어떤 문명이든 문제 해결에서 인식의 한계점에 봉착하면 오래된 믿음, 곧 '슈퍼밈'을 마주치게 된다는 것이다. 밈(meme)은 리처드 도킨스가 문화의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 도안한 개념으로 문명 정보의 전달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문화적 유전자다.
슈퍼밈은 지구온난화는 걱정하지만 유류세 인상에는 반대하는 것과 같은 '불합리한 반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단순한 비난 대상을 찾는 '책임의 개인 전가' 등 다섯 가지다. 저자는 누군가 장난 삼아 미국 주가 동향과 방글라데시 버터 생산량의 상관관계를 연결한 것을 진실로 믿어 버리는 사례 등을 통해 슈퍼밈의 만연을 고발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해결책은 슈퍼밈을 간파하고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예컨대 복잡한 형태의 탄소절감 계획 대신 도로와 지붕을 흰색으로 칠하는 일이다. 저자는 그러한 단순한 통찰이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한계 또한 이 책을 통해 까발린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