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레프 간텐 등 지음ㆍ조경수 옮김
중앙북스 발행ㆍ304쪽ㆍ1만5,000원
"암의 기원은 10억년 이상, 단세포생물에서 다세포생물로의 이행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단세포생물은 분열에 의해 무제한으로 증식한다. 한 개의 세포가 두 개, 두 개가 네 개, 네 개가 여덟 개로 분열하는 식이다.
하지만 고등생물의 몸은 수많은 전문화한 세포들로 이루어져 있고, 세포 증식은 엄격히 통제된다. 인간에겐 심장 뇌 간 근육 뼈 등 200종이 넘는 전문화한 세포가 있다. 인체의 일부 세포들이 무분별하게 분열하는 먼 옛날의 행태로 되돌아갈 경우에 암이 발생한다."
수많은 진화의 단계를 거쳤음에도 인간의 몸은 불완전하다. 사랑니와 맹장은 기능이 다했는데도 사라지지 않는다. 여자 몸 속의 산도(産道)는 고통 없이 출산할 수 있을 만큼 넓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 몸은 석기시대> 는 이런 의문에 답하면서 우리 몸의 건강 혹은 질병이 상당 부분 진화의 유산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저자는 독일의 의학교수와 생명과학 담당 저널리스트들이다. 우리>
사람의 목 안에서는 기도와 식도가 교차한다. 이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질식사하고, 사레들림을 겪어야 한다. 진화의 실책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일은 5억년 전 최초의 척추동물이 발생했을 때 일어났다. 인간뿐 아니라 송어로부터 붉은가슴울새에 이르기까지 많은 동물들이 이런 실책을 안고 살아야 한다. 아기가 옹알이를 시작하면 물을 마시면서 동시에 호흡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이 때문에 사레들리기 시작한다. 인간이 언어 능력 갖게 된 대가인 것이다.
맹장은 영양가가 적은 식물을 소화시켜야 했던 시절의 잔재물이다. 말이나 토끼 같은 초식동물은 지금도 맹장이 크다. 맹장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것은 더 이상 작아졌다가는 염증이 생길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자연선택의 메카니즘이 중단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맹장은 그러나 아직도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설사병을 앓을 때 장내 미생물의 저장고 역할을 해 장이 감염을 이겨낸 후 맹장에 있던 유용한 미생물이 다시 장으로 돌아가 해로운 병원체들의 접근을 막아 낼 수 있다.
단세포생물에서 인간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은 진화를 해오면서 어떤 특질은 보존되고 어떤 특질은 사라졌다. 인간의 게놈에는 약 35억년에 걸친 인류 진화의 전체 유산이 담겨 있다. 우리 몸은 약 2만년 전 수렵채집인과 유전적으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이런 특징들이 현대적 생활양식에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요즘 요통은 대부분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라 너무 적어서 발생한다.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다니기 때문이 아니라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 척추를 손상시킨다. 수렵채집 시절 아이들은 하루 종일 학교 의자에 앉아 있지 않았다. 수렵인들은 열매를 주식으로 했지만 요즘 인류의 식단은 그때와 확연히 달라 현대적 질병이 생긴다.
이 책은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체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는 진화의학의 관점에서 비만 고혈압 알레르기 등 여러 질병이 발생하는 메카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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