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요'의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지었다고?
인물로 읽는 삼국유사/ 황원갑 엮음
고려 충렬왕 때 승려 일연이 지은 <삼국유사> 는 역사서이면서 당시 구전되던 설화 민담 등까지 기록해 서민문학의 보고로도 불린다. 학교 문턱 넘은 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제대로 읽어 본 이는 드문 이 고전의 주요 내용을 인물 중심으로 쉽게 풀어 썼다. <삼국유사> 는 본래 주제별로 기술돼 있는데 이 책에선 단군왕검 박혁거세 동명성광 김수로왕 연오랑 세오녀 선덕여왕 원효 등 역사 속 인물들에 관한 설화 50편을 가려 뽑아 시대순으로 엮었다. 일화마다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한 해설을 덧붙이기도 했다. 삼국유사> 삼국유사>
기자 출신으로 역사소설이나 역사서를 꾸준히 집필해 온 저자는 일연이 자료의 부족이나 착오로 잘못 기술한 대목도 바로잡는다. 예컨대 신라 충신으로 알려진 김제상은 원래 성이 박씨이며, 화랑 세속 5계를 만든 원광법사도 박씨나 설씨가 아니라 김씨가 맞다고 지적한다. '서동요'로 잘 알려진 선화공주가 익산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기록이 사실인지도 짚어 본다. 청아출판사ㆍ400쪽ㆍ1만5,000원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 시카고대가 세계 경제학 주류로 등극한 이유
시카고학파/ 요한 판 오페르트벨트 지음
세계 경제경영학의 지형을 바꾼 시카고학파를 심층 분석한 책이다. 시카고대학을 중심으로 한 일단의 시장 자유주의 경제학자 무리를 칭하는 시카고학파는 1970년대 세계 석유파동 이후 정부의 개입과 규제를 옹호하는 케인스학파를 밀어내고 주류로 자리잡았다. 자연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노벨경제학수상자를 배출했다.
저자는 밀턴 프리드먼,조지 스티글러,게리 베커,로버트 루카스 등 대표 학자의 발자취를 중심으로 이들의 지적 연관성을 밝히는 식으로 시카고학파의 업적을 개관한다. 1892년 존 D 록펠러의 후원으로 개교한 이래 100여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일개 대학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학자적 성취와 학문적 성과를 중시하는 자세, 끊임없이 의심하는 비판적 태도, 지리적 고립에서 오는 공동체 의식 등 독특한 전통이 존재했다. '학살의 현장'에 비유될 정도로 잔혹하고 신랄한 비판이 가해지는 악명 높은 워크숍 제도 등 혹독한 지적 단련 과정이 흥미롭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박수철 옮김. 에버리치홀딩스ㆍ600쪽ㆍ3만5,000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 大유행병의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이러스 습격사건/ 앨런 P. 젤리코프·마이클 벨로모 지음
최근 일본에서 얼굴을 반쯤 가리는 흰색 마스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사스(SARSㆍ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치사율이 높은 유행병이 돌면서 사람들은 어디서든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공공장소에서 크게 기침을 하는 것도 주위 사람들에게 단순한 실례가 아니라 두려운 행위로 인식된다. 동물도 예외는 아니다. 한반도를 휩쓴 구제역으로 소와 돼지 수백만 마리가 살처분 됐다. 대(大) 유행병의 시대다.
이 책은 이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답한다. 익히 알고 있는 광우병과 천연두, 콜레라 같은 질병에서부터 신놈브레바이러스,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레지오넬병과 같은 낯선 질병까지를 망라해 각 병원균의 생성과 확산 경로, 감염 시 증상, 병에 대한 대처법 등을 일러준다.
방역 시스템을 고민하는 전문가에게도 유용하며, 현대에 발생한 유행병에 얽힌 이야기들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책이다. 송광자 옮김. 알마ㆍ436쪽ㆍ1만8,000원.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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