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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인륜적 해적 행위 엄정한 처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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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반인륜적 해적 행위 엄정한 처벌을

입력
2011.01.2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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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법을 전공하여 평생을 선박과 함께 해 온 필자는 소말리아 해적 사건을 보면서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한국 선원들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가슴 졸이는 나날을 보냈다. 다행히 해군 청해부대의 과감한 작전으로 선원들이 무사히 구출되어 매우 기쁘다. 우리 국민을 반드시 보호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

우리 법정에 세워야 마땅해

해적은 바다에서의 강도나 도둑을 말한다. 해적 행위는 경찰력이 미치지 않는 바다에서 행해지기 때문에 더 중대한 범죄로 분류된다. 해적은 기원전 7세기 지중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였고, 기원전 3세기에는 그리스 해적이 발호하였다. 주로 약탈과 납치를 통한 인질 몸값이 주목적이었다. 최근 소말리아 해적의 발호로 해상운송 비용이 상승했을 뿐 아니라, 중무장한 경호요원을 서비스하는 회사까지 생겼다.

해적의 사법적 처리에 대한 각국의 입장은 다르다. 미국 중국 네덜란드에서는 자국에서 재판하여 처리한 경우가 있고, 일부 유럽 국가는 케냐와 같은 인접국가에 해적을 인도하여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적을 국내로 압송하여 처벌한 예는 없으나 정부가 원하면 사법처리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유엔 해양법협약은 모든 국가가 공해상의 해적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우리 형법 제6조는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 범죄 행위를 한 외국인에게 형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법상 해상 강도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 있고, 석해균 선장에게 상해를 입혔으므로 형법상 해상 강도살인미수죄를 적용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해적 행위는 반인륜적인 중대한 범죄이므로 엄정하게 처벌하여야 한다. 단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타국의 예를 들어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온정적 법 집행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이들을 처벌할 때에는 적법 절차에 따라야 하고 인권이 유린되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재판을 하는데 비용이 들고 절차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범죄자들을 한국에서 먹이고 재워가며 형을 집행하여 교화할 필요가 없으므로, 과거 러시아가 한 것처럼 공해로 추방하자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인도적 관점에서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본다.

현재 소말리아는 행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체제로 인정하기 어렵고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협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피해자가 한국인인데 단지 경제적 이유나 절차상 문제 때문에 케냐와 같은 다른 나라로 보내 처벌을 하게 한다는 것은 명분이나 정의 관념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 법에 따라 우리 법정에서 처벌하는 것이 정당하고 명분도 선다. 해적의 시신은 인도적 차원에서 소말리아로 보내되, 압송된 해적들은 재판을 거쳐 합당한 처벌을 하여야 할 것이다.

근절 대책 국제사회 협력을

다만 이번 일을 해적들의 책임으로만 돌리기에는 어쩐지 마음이 무겁다. 해적 중에는 장기간 내전으로 중앙정부가 사실상 지배력을 상실한 상황에서, 외국 선박의 불법조업과 핵폐기물이나 유해성 쓰레기 투기로 인하여 생활의 터전을 잃어버려 생존을 위하여 해적이 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다. 해적의 대부분이 어부 출신이라는 점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문명 세계의 공적인 해적은 하루 빨리 지구상에서 사라져야 한다. 다만 그들이 왜 해적이 될 수 밖에 없는지, 그 원인을 해소하고 그들이 생업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해적 행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말리아 중앙정부가 통제력을 회복하여야 하고, 국제사회의 협력과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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