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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통 지검장 사퇴의 안팎을 잘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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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통 지검장 사퇴의 안팎을 잘 읽어야

입력
2011.01.28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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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과 태광그룹 비자금 조성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28일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그가 수사력 약화 비판을 받는 검찰조직에서 그나마 인정받는 수사통인 데다, 해당 수사도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당혹스럽다. 본인은 정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일단 이날 오후 이루어진 고검장ㆍ검사장급 인사와 관련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직접적인 동기가 무엇이든 배경에는 여러 구조적 요인이 얽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의 거취를 검찰간부 한 명의 개인적 문제로만 치부해버릴 수 없는 이유다.

우선 검찰의 기존 수사방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화그룹에 대해 검찰은 4개월여에 걸쳐 20여 차례나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그룹관계자 300여명을 소환 조사하는 등 고강도의 저인망식 수사를 진행했다. 김승연 회장도 재벌총수로는 이례적으로 3번이나 소환조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룹 CFO 등 핵심 관계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수사가 난관에 부딪혔다.

수사검사들은 법원이 현실을 도외시한 채 지나치게 원칙적인 기준을 적용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마디로 못해 먹겠다는 것이다. 물론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추가 수사수단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높아진 기준에 대한 검찰의 불만을 전혀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확실한 증거확보 후 사법처리보다는 일단 인신구속 후 압박수사를 통해 결정적 결과를 얻어내온 안이한 방식은 이제 포기할 때가 됐다. 어차피 피의자 인권과 방어권 확대가 옳은 방향이라면 시차(時差)를 불평할 일만은 아니다.

"살아 있는 권력보다 살아 있는 재벌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고 한 그의 토로도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일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두 기업의 수사를 진행하면서 안팎으로 끊임없는 견제와 비판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유로든, 또 누구든 검찰의 수사과정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드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이런 풍토에서 검찰에 거악(巨惡)의 척결을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남 검사장의 돌연한 사퇴에 내포된 의미들이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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