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갑ㆍ을 관계는 없다."
구본무 LG 회장이 지난 연말 승진한 신규 임원들과 처음 만나 당부한 말이다.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납품 중소업체에게 일삼았던 횡포들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27일 경기 광주 곤지암리조트에서 신임 임원 93명과 만찬을 함께 하며 '즐겁게 일하는 자세'와 함께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먼저 구 회장은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당할 수 없다"며 "자신을 포함한 조직 구성원 모두가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일을 의무적으로 하는 세상은 지옥이고, 일을 즐겁게 하는 세상은 천국'이라고 말한 점도 상기시키면서 즐겁게 일하는 게 관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임원들이 가장 긴장시킨 것은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주문한 것이었다. 구 회장은 "협력 회사의 성장이 곧 우리의 성장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제부터 협력회사와의 갑ㆍ을 관계는 없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특히 "협력회사에 단순히 도움을 주겠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자금지원 뿐 아니라, 미래기술 육성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 장비 및 부품 국산화 확대 등을 통해 협력회사가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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