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권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최고경영자(CEO) 인사다. 우리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3개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3월에 만료되고, 6월에 임기가 끝나는 산은금융 회장 역시 교체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은행장, 하나은행장, 수출입은행장 등 상당수 은행장 자리도 임기가 끝난다.
근래 보기 힘든 대대적인 인사 태풍에 자리를 지키려는 자,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려는 자 등이 뒤엉키면서 불꽃 튀는 혈전이 진행 중인 상황. 그런데 이 혈전에서 태풍의 핵은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만수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다.
강 위원장이 금융기관장 자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 측근들에게 “지난 3년간 국가를 위해 봉사했으니 남은 시간은 민간 부문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 정부 최고 실세 중 한 명인 강 위원장의 출사표는 금융권 인사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을 만큼 위력이 대단하다. 그가 어느 자리에 낙점되느냐에 따라 다른 경쟁자들의 운명도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연임에 도전하고 있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이 정부에 적잖은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 “강 위원장은 계급상 저보다 위”라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세를 낮추고 있을 정도다.
강 위원장이 거론되는 자리를 굳이 추리자면 우리금융 회장, 하나금융 회장, 산은금융 회장 등이다. 한 때는 신한금융 회장직까지 거론됐던 만큼 거의 모든 자리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나, 현재로서는 아무래도 정부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우리금융이나 산은금융 자리가 유력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금융권에서는 강 위원장의 민간 금융기관 행(行)을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현 정부를 대표하는 인물이 민간 금융회사로 옮긴다면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 등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 가든 강 위원장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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