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신년 방송좌담회를 앞두고 "이 대통령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현안들을 놓고 날카로운 질문과 구체적 답변을 주고받는 기자회견을 거의 갖지 않은 이 대통령의 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또 일방적으로 대통령 메시지만 전달하는 신년 연설에 이어 방송좌담회를 기획한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권 들어서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을 한 번도 갖지 않은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며 "한 해의 국정 방향을 놓고 대통령과 기자가 각본 없이 주고받는 정상적 기자회견은 자취를 감췄다"고 비난했다. 방송좌담회를 사실상 '각본 회견'으로 규정하자 청와대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비판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방송좌담회는 패널과 방송사측 질문을 수용해 답변하는 형식이어서 일방적 메시지 전달이 결코 아니다"면서 "보고 나서 판단해달라"고 말했다.
방송좌담회 역풍은 지난 3년간 대통령 메시지 전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들추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신년 기자회견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대신 신년 연설로 대신했다. 과거 정부는 몇 차례 예외가 있었지만 대체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또 이 대통령의 빈약한 기자회견 실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그간 6차례 기자회견(외국 정상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 제외)을 가졌다. 하지만 이중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 G20(주요20개국) 정상회의 유치 기자회견 등 주제가 제한된 4건을 제외하면 정국 현안을 폭넓게 다룬 회견은 2008년 4월, 6월 등 2차례에 불과하다. 취임 첫해 쇠고기 파동을 계기로 소통 부재와 관련한 비판을 받았던 이 대통령이 2009년 이후 기자회견다운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3일 G20 정상회의 관련 기자회견에서는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는 등 회견 주제를 벗어난 이슈에 관해서는 가급적 언급을 피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삼호주얼리호 선원 구출, UAE 원전 수주 등 '호재'일 경우 어떤 형식으로라도 반드시 입장을 밝혔다. 삼호주얼리호 선원이 구출되자 국방부 발표보다 먼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고, G20 회의와 관련해서는 세 차례나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영섭 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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