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4ㆍ27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정운찬 전 총리를 영입해 출마시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되자 당 안팎의 시선이 '정운찬 카드'에 쏠리고 있다. 실제 정 전 총리의 출마가 이뤄진다면 여권 역학관계 및 차기 대선경쟁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 주류가 정 전 총리 출마 카드를 적극 검토하는 것은 분명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0일 "정 전 총리를 영입해 재보선에 출마하도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성사 가능성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정 전 총리를 만나 출마를 타진했다는 얘기도 있다.
여권 수뇌부는 정 전 총리 투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 전 총리 측은 아직 출마에 부정적이다. 정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은 이날 "출마 여부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정 전 총리는 현재 맡고 있는 동반성장위원장직과 제주-세계7대 자연경관선정 범국민추진위원장직에 더 큰 관심과 애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분당을 보선 출마를 선언하고 적극 뛰고 있는 상황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 전 총리 출마론' 자체가 주목 받는 이유는 많다. 만약 정 전 총리가 공천을 받고 선거에서 이겨 원내로 들어온다면 여당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박근혜 전 대표와 경쟁할 비박(非朴)진영 차기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부상할 수 있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대표직이나 선거대책위원장 같은 중책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정 전 총리가 원내로 들어올 경우 곧바로 지지율 5%대 이상의 대선주자군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의 차기주자군이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는 정 전 총리 출마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재보선 공천 때 당내에서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 있는 카드를 꼭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박계도 세종시 수정안을 추진했던 정 전 총리를 당으로 영입하는 방안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여당 내의 각 세력은 정 전 총리 출마가 현실화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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