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 시위의 운명과 관련해 이집트 군부의 태도가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스민 혁명'을 이뤄낸 튀니지에서처럼 반정부 시위대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뉴욕타임스(NYT)는 "시위가 격해지고 있는 카이로 등 도심에 28일부터 병력을 투입한 이집트 군 세력이 반정부 시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향후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이집트 군은 미국으로부터 매년 15억 달러의 원조를 받으며 세계 10위의 강군으로 컸다. 1952년 왕정을 뒤엎는 쿠데타에 관여한 군은 이후 혁명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 왕정전복 이후 집권한 4명의 대통령은 모두 군 장성 출신이다. 무바라크 대통령도 공군 장성 출신으로, 1975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다. 중동전문가인 존 알터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집트는 무바라크 대통령 보다는 군 장성과 퇴역 장군들이 정권을 장악한 국가"라고 말했다.
이집트에서 군은 사회에서 가장 청렴하고 유능한 조직으로 존경받는 엘리트 계층으로, 이번 시위 현장에서도 28일 군 탱크가 진출하자 시위대가 오히려 환영했을 정도로 신망은 두텁다. 그러나 이집트 군부가 시위대 편에 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집트 군부는 조직적으로 정권을 수호해왔기 때문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집트 군은 미국의 원조 아래 정권을 확실히 장악해왔기 때문에 시위대 지지 등의 이탈은 있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다만 군부가 발포 등 시위대를 향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ㆍ아시아 전문가 브루스 리델은 "군이 발포하면 민중들의 강력한 봉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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