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정남이 북한의 후계 세습과 관련해 "중국의 마오쩌둥조차 세습은 없었다"며 "사회주의에 맞지 않고 아버지도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체류중인 정남은 일본 도쿄(東京)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한 뒤 "국가체제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의 불안정은 주변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고 후계세습 선택에 대한 나름의 판단을 설명했다. 정남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선 "교전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핵 보유나 선군정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사람이 있다"며 북한 권력 중심에 군이 대두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때때로 (아버지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며 김정일을 보좌하는 김경희나 장성택과도 "좋은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다.
도쿄 신문은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을 28일자 신문에 게재하면서 구체적인 일시와 장소는 명시하지 않은 채 "이달 중순 중국 남부 한 도시에서 약 1시간 반에 걸쳐 진행됐다"고만 밝혔다. 이 신문은 "이쪽에서 신분을 밝혀도 경계하는 표정은 아니었으며 차분한 얘기를 듣고 싶다고 부탁, 부근 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며 "정남은 '최근 언론이 학교에 다니는 내 아이까지 취재하고 있는데 사생활은 지켜주기 바란다'며 북한에 대해 막힘 없이 대답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도쿄신문이 전한 일문일답 요지
-정은에게 무엇을 기대하나.
"아버지의 위업을 계승해 주민생활을 풍족하게 해주기 바란다. 연평도 사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북관계를 조정해주면 좋겠다. 주민에게 존경 받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도전이나 비판하는 의미가 아니다."
-사회주의와 세습은 모순된다.
"그렇게 생각한다."
-중국은 왜 3대 세습을 받아들였나.
"세습을 인정했다기보다 북한이 선택한 후계구도를 지지했다."
-중국 정부와 관계는.
"중국 정부 지도부에 아는 사람은 없다. 중국은 독자 루트로 북한에 관한 정보수집을 하고 있다."
-북한 경제는.
"2009년 화폐개혁은 실패했다. 개혁개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대로라면 경제대국은 될 수 없다. 북한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이다. 그 후 본격적 경제재건에 나설 것이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가.
"북한의 국력은 핵이다. 미국과 대결상황이 있는 한 가능성은 낮다."
-김정일의 건강상태는.
"답할 수 없다. 아버지나 친족과는 연락을 하고 있다."
-자신의 암살미수나 망명설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소문이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적이 없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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