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긴 설 연휴를 앞두고 수도권 관광지에서 희비가 교체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인천의 관광산업은 고사 직전인 반면, 수도권 리조트들은 귀성 포기 인파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27일 인천시와 강화군 등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과 구제역 확산 등의 악재로 인천 주요 관광지 숙박업소들의 설 연휴 예약률이 지난해의 20~3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역사 유적이 많아 연휴 때 인파가 몰리는 강화군의 상황은 심각하다. 화도면에서 민박집을 하는 박모(57))씨도 "올해 설 연휴기간 예약손님은 작년의 20%도 안 된다"며 "앞으로 얼마나 이 상태가 지속될지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중구 월미도와 인천 앞바다의 섬들도 관광객이 크게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보통 설 연휴에 숙박업소 객실이 절반 정도 찼지만 올해 예약 건수는 예년보다 70% 이상 감소했다. 월미도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성원(43)씨는 "연평도 포격 이후 손님이 절반으로 줄어 음식값을 내렸어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고 한숨지었다.
구제역이 휩쓸고 간 경기도 내 축산농가에는 적막감만 감돌고 있다. 살처분을 마친데다 유난히 추운 날씨 탓인지 거리에 인적도 뜸하다. 한달 넘게 방역에 매달렸어도 소와 돼지 등을 살처분하고 나자 의지마저 꺾인 듯한 분위기다. 안성시 양성면의 한 마을은 설 때 외부인 출입을 막으려던 계획도 접고 마을 어귀의 방역초소를 폐쇄했다. 한 주민은 "구제역 예방백신을 접종했고, 자식들은 모르겠지만 조상 묘를 찾는 성묘객까지 막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 내 리조트들은 대부분 설 연휴기간 객실 예약이 거의 마감됐다. 구제역 사태로 귀성을 자제하고 가까운 휴양지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양평군 대명리조트는 내달 2~5일 모든 콘도 예약이 끝났고, 광주시 곤지암리조트도 만석이 돼 콘도 예약이 불가능하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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