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던 이광재 강원도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상고심에서 주심을 맡은 박시환 대법관은 참여정부에서 발탁된 진보 성향의 인사이다. 박 대법관은 변호사이던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대통령 대리인으로 참여하며 참여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이듬해 11월 노 전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물론 그의 대법관 임명은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실력, 법원 내부의 대표적 개혁주의자로서의 경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약자와 소수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법원 내부의 엘리트주의와 서열문화를 깨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소신이 없었다면 그의 대법관 발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박 대법관이 주심 대법관으로서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우했기에, 27일 대법원 선고는 또다른 측면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야권에선 두 사람의 인연을 거론하며 "박 대법관이 이 지사가 좀 더 지사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일부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 선고를 할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박 대법관의 판단은 엄정했다. 상고를 기각하며 유죄를 확정지었고, 이 지사는 지사직을 잃었다.
박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지만, 나머지 3명의 대법관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전원합의체로 넘기도록 돼 있는 재판 시스템상 그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박 대법관이 소속된 대법원 3부에는 보수 성향의 신영철 대법관, 검찰 출신인 안대희 대법관, 현 정부에서 임명된 차한성 대법관이 함께 속해 있다.
임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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