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기업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R&D센터를 세워 고급인력을 유치하고 경쟁력을 높이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미래 신기술 위해 절실
이날 간담회는 올해 5% 경제성장과 고용확대 등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주요기업의 협력을 요청하는 자리였다. 대기업 총수들의 발언도 대체로 거기에 집중됐다.
이런 자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R&D 센터 설치를 건의한 이유를 집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미래 원천기술의 확보가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과학 및 산업기술 투자는 국가가 20%, 기업이 80% 정도 맡고 있다. 기업으로서는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을 위한 신기술 R&D 투자에 주력하기 위해 정부의 인프라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R&D의 핵심 주체인 기업의 투자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 그 동안 정부의 막대한 R&D 예산지출에도 불구하고 지원 과제의 성공률은 30~40%에 그쳤다. 산ㆍ관 협력을 통한 국가 R&D 성과의 제고는 중대한 정책 과제이다.
둘째, R&D 센터의 입지를 수도권으로 건의한 이유도 잘 살펴야 한다. 수도권 정비계획법상 대기업 공장의 신ㆍ증설은 크게 제한 받고 있는 반면, R&D 센터는 지금도 수도권에 지을 수 있다. 문제는 R&D 센터의 입지와 위치가 그 성패를 좌우한다는 데 있다. 고급 기술인재의 유치와 이들의 생활을 위한 도시기반 환경을 잘 갖추고 있는 서울ㆍ수도권의 입지 확대와 건축 규제 및 중과세 완화 등은 절실한 문제다.
일본이 국가주도 테크노폴리스 조성 정책을 중단한 사례에서도 보듯 R&D 정책의 성공에는 기업의 주도적 참여가 중요하다. 전경련의 100대 대기업 조사 결과, R&D 센터 입지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과 경기 과천 및 용인시 등의 정부청사 및 공공기관 이전 부지의 활용 등도 긍정적 대안으로 검토돼야 한다.
셋째, 제2의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으로 인식하는 지방의 반발을 어떻게 볼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1월 통과된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및 종합계획안에 따르면 올해 6월 입지가 선정돼 향후 7년간 3조5,000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이에 충청, 영남, 호남 등의 유치 경쟁이 뜨거운 상황에서 대통령의 수도권 R&D 설치 지원 발언은 지방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과학비즈니스벨트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당초 계획대로 중이온가속기 건설 등 기초과학 설 중심으로 조성되는 것이 맞다. 이에 비해 수도권 R&D센터는 민간기업 주도로 벨트와 단지가 아닌 개별기업 차원에서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헬스케어 등 미래 성장산업과 신기술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민간과 국가, 수도권과 지방의 역할 분담이 미래 국가R&D 투자의 성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상생적 대안일 수 있다.
최적의 합리적 선택을
끝으로, 경제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동시에 발생한다. 얻는 것을 최대화하면서 잃는 것을 최소화하는 선택이 최적의 선택이다. 수도권 R&D 설치 논의도 무조건 찬성과 반대의 소모적 논쟁보다는 합리적 선택의 원리를 토대로 지혜로운 결론을 내리기를 희망한다.
노성호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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