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49)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K리그를 이끌어 갈 새로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수장이 됐다. 최근 침체 일로를 걸어온 프로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하 축구연맹)은 27일 오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고 K리그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인 정 회장을 축구연맹 총재로 추대하기로 의결했다. 연맹은 "새로운 집행부 출범과 함께 격을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종전의 회장 대신 총재 직함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 총재는 '총재'타이틀을 사용하는 첫 번째 K리그 수장이다.
정 총재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고 뚝심과 패기로 명성이 높다. 축구 일정에 맞춰 비즈니스 일정을 짜 빠짐 없이 그라운드를 찾을 정도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프로축구 최장수 구단주이기도 하다. 1994년부터 2년간 현대 호랑이(울산 전신) 구단주로 재직했고, 97년부터 2년간 전북 현대 구단주를 역임했다. 2000년부터는 부산을 이끌고 있다.
정 총재는 27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축구연맹의 주요 사업을 직접 나서서 챙기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그는 "아직 젊은 나이다. 부회장이나 사무총장에게 모든 걸 위임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시간을 투자할 계획이다. 새롭게 자리가 잡힐 때까지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대한축구협회(KFA)와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조할 필요가 있다. 오늘 조중연 회장을 만날 예정"이라고 소원해졌던 KFA와의 관계 회복을 강조했다.
정 총재는 자신의 취임을 K리그가 반등세로 돌아서는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간 프로축구가 다른 종목에 비해 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패배주의와 무기력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프로축구의 각 주체가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반전할 수 있다. 작은 계기가 반전을 만든다. 불가능은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 총재는 K리그 일선에'무대를 준비하는 가수의 심정'으로 팬을 대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각 구단이 '성적 지상주의'에 빠져 팬들에 대한 서비스가 모자랐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등 모든 관계자가 무대에 오르기 전의 가수처럼 준비해 팬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축구가 A매치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데 K리그 경기는 A매치 이상의 경쟁력을 지녔다고 확신한다. 조금만 관심을 가져주면 프로축구가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 스포츠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정 총재는 설 연휴를 전후에 사무총장 임명 등 후임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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