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거_참 누년의서방인지 계집의속은무던히태워주겟다… <남> 남바위밋헤오_바입은녀편네는꼴불견안이구 <여> 상투쟁이외투입은것은엇더쿠"(김영환 김선초 '넌센스 꼴불견전집(상)'ㆍ1932 콜럼비아 발매). 여> 남> 여>
20세기 전반 한반도 대중문화와 공연 예술의 전모를 보여 주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다. 동국대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은 27일 "1907년부터 45년까지 국내에서 유통된 거의 모든 현존 유성기음반 자료를 집대성한 <한국 유성기음반> (전 5권)을 발간하고 디지털아카이브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연구단은 수정ㆍ보완 작업을 거쳐 7월부터 검색 기능을 갖춘 디지털아카이브의 공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
유성기음반은 19세기 말부터 LP가 등장하기 전까지 60여년 동안 음향 기록을 위해 사용된 매체다. 대한제국 시절부터 해방 때까지 한반도에서는 약 6,500매의 유성기음반이 발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생산자는 일본빅터 일본콜럼비아 일본오케 타이헤이 일본폴리돌 시에론 등 6개 음반사가 중심이다. 왁스 재질의 유성기음반 한 장에 기록할 수 있는 음향은 3분~3분 30초 정도의 양으로 1907~45년 기록된 음향은 총 1만3,000여종(곡)에 달한다.
연구단이 음원의 형태로 수집해 아카이브에 포함시킨 양은 이 가운데 5,000여종이다. 대중가요가 절반 가량 되고 판소리 민요 잡가(雜歌) 궁중음악 등 전통음악이 3분의 1을 차지한다. 나머지는 연극, 난센스(만담ㆍ오늘날의 코미디), 교육용 레코드 등이다. <한국 유성기음반> 와 디지털아카이브에는 음원의 내용과 함께 레코드사의 기록, 레이블 이미지, 신문과 잡지의 기사 및 광고 등 관련 자료가 망라돼 있다. 한국>
연구단장인 배연형 동국대 문화학술원 교수는 "기록물은 문자 영상 음향 세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음향 자료에 대한 집적과 연구는 사실상 공백 상태였다"며 "이번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가 근대사회를 이해하고 대중 정서의 형성 과정을 보여 주는 근대의 <악학궤범> 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음향 자료는 특히 대중문화의 비중이 높아 문헌으로는 추측하기 힘들었던 당시의 유행과 대중의 일상을 연구하는 데 결정적 사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악학궤범>
연구단은 음반 발매와 그것을 소개하는 신문 잡지의 기사와 광고로 대중문화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아카이브에서 '신불출'을 검색하면 153건의 음반이 검색된다. 만담가 신불출(1905~?)의 높은 인기는 대중예술가로서 재능뿐 아니라 난센스를 통해 당시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구단은 "가수 이난영(1916~65)의 음반이 발매되면 30~40회의 광고가 게재됐고, 판매량도 오늘날의 밀리언셀러에 해당하는 1만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아카이브는 전통음악의 변천 과정을 연구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배 교수는 "유성기음반들을 들어 보면 동편제와 서편제의 구분법, 남도소리가 북쪽으로 흘러갔다는 기존의 관점 등이 사실과 큰 차이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사라져 버린 북한 지방의 서도 소리도 이 음반들을 바탕으로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음성학과 근대사 연구에도 유성기음반은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용 레코드 속 경성제대부속학교 학생들의 억양은 오늘날의 서울말보다는 오히려 북한 지역에서 쓰이는 말의 억양과 닮아 있다.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1912~2002)이 일제의 선전 수단으로 쓰였던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1936년 콜럼비아에서 발매된 '우승의 감격' 음반에는 "멀리 일장기가 보이는 순간부터 힘이 솟았다"는 그의 육성이 담겨 있다.
<한국 유성기음반> 출판은 수림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단은 28일 책 출간을 기념해 동국대에서 '동아시아 고음반 연구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한국>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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