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시민혁명의 열기는 나일강으로 흘러들었다. 27일(현지시간) 격렬한 시위는 사흘째 이어졌고, 페이스북에선 금요일 예배 후 대규모 시위가 계획되고 있다.
대안적 지도자로 꼽히는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급히 귀국, 28일 시위에 합류할 예정이어서 이날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튀니지 '재스민 혁명'을 빗댄 '코샤리(이집트 전통음식) 혁명'이라는 말도 벌써 나오고 있다.
AFP에 따르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27일 귀국하는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이집트 국민이 원한다면 정권이양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최우선 사항은 평화적 이양을 통한 새로운 이집트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7일 주요도시에서 시위대와 경찰은 다시 충돌했고 사망자도 추가돼 총 7명으로 늘었다. 이날까지 연행된 수는 약 1,000명. 카이로 동부 수에즈에서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집권여당 당사와 경찰서를 불태웠다.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총, 물대포를 쏘았고 전날엔 실탄까지 발사했다. 이날 주식시장은 개장 15분만에 6.25%가 떨어져 거래가 일시 중단됐다.
앞서 26일에도 시위자와 경찰이 한 명씩 사망했다. 이날 카이로 시내 나일강을 따라 이어진 대로에는 2,000여명이 몰려나와 행진했다. 경찰은 나일강 다리 위에서 최루탄을 쏘아댔다. 시내 곳곳에서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군경 차량의 유리를 닥치는 대로 깨뜨렸다.
이런 격변은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철권통치에서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하지만 사회불안요인은 오래 잠복해 있었다. 8,000만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로 연명하는 만성적 빈곤과 사회적 불평등, 지난해 11월 총선의 부정 의혹, 82세 무바라크 대통령의 아들에 대한 권력승계 소문 등으로 곪고 있던 차에 튀니지 혁명이 불씨를 던진 셈이다.
국제사회는 이집트 정부에 시위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외무장관)는 27일 사망과 부상에 우려를 표하고 시민의 시위권을 존중하라고 밝혔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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