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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며느리는 가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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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며느리는 가족이 아니다?

입력
2011.01.27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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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을 끔찍이 사랑하여 늘 자랑을 하는 60대 부인이 최근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주말 아침 아들로부터 "오늘 가족사진을 찍으러 가는데 어머니 댁에 들려서 가겠다"는 전화가 왔다고 한다. 전화를 끊고 나서 그는 좀 헷갈렸다. 가족사진을 찍으러 함께 가자는 말인지, 그저 들렀다 가겠다는 건지 애매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가족사진 이야기에 벌써 옷을 고르고 있었다. 정장 양복에 넥타이까지 꺼내놓고 아내에게 "아이들 기다리지 않게 당신도 준비하라"고 재촉했다. 아내가 좀 애매하다고 말하자 남편은 화를 냈다. 가족사진이라면 당연히 함께 찍어야지 뭐가 애매하냐는 것이었다. 아내는 아들이 같이 가자고 하면 그 때 옷을 입어도 늦지 않다고 우격다짐으로 양복을 다시 옷장 안에 걸었다.

조부모는 안 끼워주는 가족사진

떠들썩하게 몰려 온 아들 가족은 좀 놀다가 사진관으로 떠났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렇게 좋아하는 손주들도 사진을 같이 찍자는 말은 없었다. 남겨진 부모는 섭섭하다기 보다 씁쓸했다. 특히 아내는 남편보기가 민망했다.

"나쁜 놈 같으니라고. 우리랑 같이 찍고, 저희들끼리 한판 더 찍으면 될 것을 뭘 그렇게 인색하게 굴어. 가족사진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아."라고 남편은 화를 냈다고 한다.

가족의 범위에 대한 생각이 이처럼 많이 변하고 있지만,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2차 가족실태'는 놀랍다. 전국 15세 이상 4,75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5년 전 1차 조사결과와 큰 차이가 났다. 자신의 친부모를 가족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78%로 5년 전 98%에 비해 20%나 줄었다. 시부모와 장인장모가 가족이라는 응답은 80%에서 51%로, 형제자매는 81%에서 63%로, 조부모는 64%에서 23%로 줄었다.

"자식은 노부모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 "자식은 노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한다." "딸도 아들과 똑 같이 노부모를 볼 봐야 한다."는 항목에는 5점 만점에 평균 3.4~3.6점으로 비교적 긍정적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자식과 따로 사는 노부모가 계속 증가하고, 딸의 가족이 아들 가족 못지않게 가까워지고, 가족간의 왕래와 보살핌이 줄어들면서 전통적인 가족관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자식 세대 뿐 아니라 부모 세대에서도 가족의 개념이 크게 변화하여 자녀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5년 전 99%에서 85%로 줄었다. 며느리는 58%에서 26%로, 사위는 50%에서 24%로, 친손자는 59%에서 27%로, 외손자는 48%에서 25%로 줄었다. 친손자와 외손자, 며느리와 사위에 대한 응답률이 비슷하다는 것은 엄청난 변화다.

특히 며느리가 가족이라는 응답이 26%밖에 안 된다는 것은 놀랍다. 시부모를 가족이라고 응답한 51%의 절반 수준이다. 자기 가문에 시집와서 손주들을 낳은 며느리를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부양을 둘러싼 불화 등이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가족이냐 아니냐 에서 현실적인 이해관계와 감정이 작용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가족관계 넓혀가려는 노력을

가족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다는 것은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해결하던 문제들을 점점 더 국가가 떠 맡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자기 가족끼리 똘똘 뭉쳐있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도움을 받을 가족이 없다는 점에서 불안한 형태이기도 하다. 옛날처럼 이모 고모 삼촌 등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렵고, 도움을 받기는커녕 해를 입는 경우도 흔하다.

의식적으로 가족관계를 넓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의 범위가 계속 좁아지면 지금 똘똘 뭉쳐있는 가족들도 결국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가족관계에서 배워야 할 중요한 일들을 놓치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족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다는 것은 사실 크게 감사해야 할 일이다.

장명수 본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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