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기업은행 50년 역사상 처음으로 공채 출신 행장에 오른 조준희 행장이 2011년 경영 방침으로 '내실경영'을 내세웠다. 무리한 판매 건수 올리기 등 비효율적 관행을 깨뜨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조 행장은 27일 명동 로열호텔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조선왕조 500년의 토대를 닦은 세종대왕이 마음껏 일하도록 기틀을 만들어 준 태종 이방원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며 '내실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수합병 같은 몸집 불리기는 기업은행이 갈 길이 아니다"며 "아이폰처럼 고객들이 줄 서서 사는 좋은 상품으로 승부하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은행권의 관행인 실적 올리기식 캠페인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고객들에게 필요하지도 않은 상품을 내놓은 뒤 행원들에게 정해진 판매 실적을 채우라고 독려해 봤자, 가입 후 몇 달 안 돼 해지하는 '허수 고객'과 직원 업무량 증가로만 이어진다는 것. 은행 주변에서는 이와 관련, 행원으로 입사한 이후 30년간 직접 그런 문제점을 체험한 조 행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라는 평가다.
조 행장은 "친인척이나 지인을 총동원해 강요하지 않아도 고객이 앞다퉈 가입하고, 직원들도 신나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내놓겠다"면서 "취임 후 아이디어를 공모했는데 1개월간 180여건의 신상품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행장 직속의 미래기획실과 상품개발부가 동시에 아이디어를 검토하는 체계를 구축해 좋은 아이디어가 보고 과정에서 사장되는 것도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 행장이 내세운 두 번째 화두는 '현장경영'이었다. 그는 "본부에 근무 중인 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현장으로 내보내겠다"며 "임원들도 거래업체로 나가 현장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 말까지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순증액(19조3,000억원) 가운데 90%는 기업은행(17조6,000억원)이 했다"며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대출을 늘렸는데도 연체율이 오히려 시중은행보다 낮은 것은 철저한 현장경영으로 중소기업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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