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 막대한 재정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의 장기국채등급을 '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장기국채등급은 정부가 발행하는 외화표시 국채, 정부 보증채권 등의 원금ㆍ이자 지불에 대한 안정성 평가로 사실상 국가신용등급을 의미한다. 엔화는 S&P 발표 직후 일시 달러당 1엔 하락하는 '쇼크'를 면치 못했다.
S&P는 이날 발표에서 일본의 재정 적자가 향후 수 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며 이미 취약해진 재정유연성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중반까지 일본의 부채 비율이 계속 높아져 대대적인 재정재건정책을 실시하지 않는 한 기초적 재정수지 균형 달성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S&P는 디플레이션 장기화와 급속한 사회 고령화로 경제와 재정상황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전략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S&P는 2002년 4월 일본 국채 등급을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가 2007년 다시 'AA'로 올렸다.
S&P는 하지만 일본의 단기국채등급은 'A-1+'로 그대로 유지하고 채권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견고한 대외 대차대조표와 통화정책 유연성이 재정 압박을 일부 상쇄해준다는 설명이다.
일본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회보장예산 등 국가 지출이 계속 늘어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올해 사상 처음 국내총생산(GDP)의 2배를 넘어 1,000조엔에 육박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한 최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GDP 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08년 173.9%에서 2011년 204.2%, 내년에는 210%로 악화가 예상된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136.8%) 아일랜드(112.7%)보다 높은 OECD 최악 수준이다.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은 6월까지 소비세율 인상 등을 포함한 재정건전화 대책을 제시할 방침이지만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정책 실행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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