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서울 모 초등학교 교장 A씨는 교감 B씨에게 “친한 형님이 교육청 인사과에 있는데 이럴 때는 인사를 가야 한다”며 간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B교감이 40만원을 주자 A교장은 “당신은 인사할 줄도 모릅니까? 누가 짝수로 인사를 합니까”라며 돈을 돌려줬다. B교감은 홀수로 70만원을 맞춰 A교장에게 건넸으나 “요긴하게 잘 썼지만 조금 부족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다시 30만원을 추가로 A교장에게 줘야만 했다.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에 전근 온 교감에게 승진에 편의를 제공하겠다며 수 차례에 걸쳐 모두 600만원을 받은 학교장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감사원이 27일 공개한 ‘교육예산 집행관련 비리점검’ 감사 결과에 따르면 A교장은 B교감에게 유럽여행 경비를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3월초 B교감이 부임하자 “내가 장학사로 있을 때 명절 인사를 안 했더니 교육장이 업무나 회식 자리에서 배제해 무척 힘들었다”며 “대학원 다니려면 연간 1,000만원 정도 드는데 대학원 다니는 돈 3,000만~4,000만원만 주면 점수를 잘 줘서 교장 승진하도록 해주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A교장은 7월 유럽여행을 떠나기 전 “돈이 너무 많이 들어 걱정”이라며 경비를 대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했고, B교감이 교장실에서 여행 경비로 현금 300만원을 건네자, “왜 300만원이에요? 500만원이지”라고 호통치며 200만원을 추가로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 밖에도 A교장이 학교 교실에 설치하는 전자 칠판과 공기살균기 제품 선정 과정을 주도하며 특정 제품이 선정되도록 한 사실 등을 적발해 서울시교육청에 A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또 특정업체의 공기 살균기를 구매하고 그 대가로 200만원을 받은 모 초등학교 교장 C씨에 대해 정직을 요구하고, 50만~60만원씩 챙긴 초ㆍ중학교 교장 3명 등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에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시교육청은 A교장 등 6명에 대해 징계 처분할 예정이다.
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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