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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콘서트 "예능보다 정치가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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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콘서트 "예능보다 정치가 재미있어질 것 같아요"

입력
2011.01.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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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공연과 교수 강연의 만남 '시사콘서트'성공회대 교수가 트위터로 홍보해 20,30대참여사회이슈토론… 관람료는 후불제 "만족한 만큼만"

"여러분 오늘 콘서트 오신 거잖아요. 집에 가면서 아쉬워 말고 즐기세요~!"

인디밴드 '일단은준석이들'의 경쾌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잠시 머뭇거리던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이제 몸이 좀 풀리려나 싶은데 밴드가 떠난 무대 위에 갑자기 조명이 꺼지고 난데없는 연단이 들어선다.

말쑥한 양복차림의 성공회대 신영복 석좌교수가 등장하자 신나게 공연을 즐기던 관객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를 가다듬고 가방에서 펜과 노트를 꺼내 든다. 어느새 콘서트 무대는 강의실로, 환호하던 관객은 학생들로 변했다.

25일 밤 8시 서울 정동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인디밴드의 공연과 대학교수의 강연이 어우러진 일명 시사콘서트가 열렸다. 2층까지 400여 좌석을 가득 메운 관객 대부분은 20, 30대였다.

낯설고 당황하긴 신 교수도 마찬가지. "난 이런 자린 줄 모르고 왔다. 아무래도 제자한테 낚인 것 같다"고 해 좌중을 웃겼다. 신 교수가 말한 제자는 이날 콘서트를 기획한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다. 공연연출가이기도 한 탁 교수는 "감성과 이성을 조화시킨 사회문화운동"이라고 시사콘서트를 정의했다. 정치 경제 사회 골치 아픈 얘기들을 아예 안 하고 살순 없고, 어차피 해야 한다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쉽게 다가서보자는 취지다.

탁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tak0518)를 통해 공연을 홍보했다. "트위터에선 홍익대 청소노동자 농성처럼 기성언론들이 외면하는 뉴스를 시민들이 발굴해 키워나가고 있어요, 이슈의 패자부활전이죠." 그의 트위터 벗들은 이날도 구제역, 무상급식, 체벌논란 등 다양한 이슈들을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자유라는 주제를 논한 신 교수의 강의는 콘서트의 깊이를 더했다. "저는 우리 사회의 마이너리티들이 모인 감옥에 있을 때 진정한 자유를 배웠습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러 군상을 이해하고 그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유의 숲을 넓혀나갔죠. 감옥은 저의 대학이었습니다."

강의 뒤엔 다시 콘서트가 이어졌다. 성공회대 교수들로 꾸려진 '더숲트리오'와 '좋아서하는밴드' 모두 큰 호응을 얻었다.

또 특이한 건 공연이 후불제였다는 점. 공연이 끝난 뒤 만족한 만큼 돈을 내는 식이었다. "소비자가 가격을 정하는 것은 자본에 대한 또 다른 저항이죠."(탁 교수) 400명이 참석해 600만원을 거뒀다고 했다. 탁 교수는 "돈을 많이 내줘서 다음 공연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지현(31)씨는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대한민국에서 젊은 세대의 역할이 뭘까 고민했는데 교수님 말씀대로 사회적 약자가 많은 변방에 가서 함께 소통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이종국(31)씨는 "이제 예능보다 정치가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고 웃었다. 신 교수는 "60, 70년대처럼 투쟁 형식으로 자유를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시도였다"고 격려했다.

다음 콘서트는 다음달 23일 조계사 불교역사기념관에서 열린다. 서울대 조국 교수와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선대인씨가 20대의 정치참여와 한국경제의 대안을 주제로 강연하고, 일단은준석이들과 두번째달-바드가 공연할 예정이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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