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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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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 왜곡된 노동시장 구조

입력
2011.01.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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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하면 가난 벗을 수 있나?" 답조차 망설여진다최저임금 상승률 '찔끔'… "최저생계비 못번다" 매년 급증고용비율 8% 안되는 대기업 위주 성장 정책도 수정 필요

복지 문제를 논할 때 사람들은 묻는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 아닌가. 게으른 이들을 도와줄 필요가 있는가. 그러나 현재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보면 이러한 질문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음을 금세 알 수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320원. 현 정부 출범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지만 최저임금 상승률은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묶여 있다. 정부는 2010, 2011년 상승률을 전년대비 2.75%, 5.1%로 결정했고, 이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을 기울였던 1999년(2.7%), 2000년(4.9%) 수준이다. 이 때문에 2명의 자녀를 둔 부부가 맞벌이를 하더라도 최저임금에 묶여 최저생계비(4인 가족 기준 143만9,413원)를 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율이 12.8%(2009년 기준)에 이른다. 2001년 4.3%에 불과했으나 매년 급증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안주는 사업자는 처벌하게 돼 있지만 '을(乙)'의 입장인 근로자는 제대로 신고도 못하고, 최저임금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홍익대 미화원들의 경우 한 달에 75만원을 받는다. 미화원들은 하루 10시간 일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보다 적다고 주장하지만,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3시간 휴식시간이 있어서 이를 제외하면 딱 최저임금"이라고 말했다. 휴식시간에 대한 입장이 달라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라 해도 근로자들로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위(中位ㆍ전국민의 임금을 서열화했을 때 중간에 위치한) 임금 대비 최저임금을 가리키는 '상대적 최저임금수준'은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우리나라는 16위다. 국민소득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시간당 1만원대인 선진국들의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최저임금위 측은 "한국은 상여금과 숙박비를 최저 생계비에서 제외하지만 외국은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고 일괄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저임금만을 주는 사업자가 상여금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현실을 무시한 설명이다.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임금수준이 가장 열악한 1~5인 사업장의 경우, 정액임금에서 더해지는 금액은 거의 없었다.

중소기업 사장들만을 탓할 수도 없다. 이들도 줄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기업 중심 성장 정책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고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몫이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내 대기업 종사자가 전체 취업자의 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기업 고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고용창출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는 현 정부가 고용비율이 8%에 불과한 대기업 위주의 성장 정책을 펴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기업이 순전히 자신들의 힘으로 성장을 이뤘다면 또 다른 문제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고환율 정책으로 서민들은 직격탄을 맞게 됐고,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으로 중소기업 보호망은 줄어들었지만, 대기업 수출활성화를 위해 단가하락 등 하청업체의 희생이 뒤따르는 관행은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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