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욱 검사 '끈질긴' 청구진철 판사 '깐깐한' 기각
한화그룹 비자금 의혹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6차례 구속영장 청구와 법원의 연속 기각이라는 갈등의 이면에 대학 동기생의 치열한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어 화제다.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고 있는 봉욱 서부지검 차장검사와 까다로운 법리 판단으로 불만의 표적이 되고 있는 진철 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가 그 주인공.
봉 검사와 진 판사는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생으로 법조계 입문은 봉 검사가 훨씬 빠르다. 봉 검사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19기인 반면 진 판사는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다 1994년에야 합격해 연수원 26기다.
하지만 여간 깐깐하지 않은 동기이자 법조계 후배에 '기업수사통'으로 알려진 봉 검사가 매번 코너에 몰리고 불만을 터뜨리는 모양새다. 봉 검사는 "기업 수사의 특성상 구속은 반드시 필요한데 법원과 견해차가 있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반면 진 판사는 홍동옥 전 한화그룹 재무총책임자의 영장재청구에 검찰의 범죄혐의 소명이 부실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냉랭한 판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반면 한화 사건과 닮은 꼴인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사건과 관련, 이호진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서는 진 판사도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100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의 영장청구서는 차장검사인 봉 검사가 이례적으로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고, 법원 내에서도 명문(名文)이라는 감탄사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통상 영장청구서는 담당검사가 쓰는 게 일반적이다.
영장발부를 놓고 미묘한 갈등관계인 두 사람의 인연은 다음달 마무리될 전망. 1년 이상 영장전담을 맡기지 않는 관행상 진 판사가 오는 2월말로 영장전담판사로서의 역할을 마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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