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대규 휴맥스 사장, 셋톱박스 21년 한우물
"자체 상표를 쓴다. 해외에 법인과 공장을 만들어 해외 사업을 우선 한다. 제품 종류보다 시장을 늘린다. 틈새부터 공략해 주류 시장으로 들어간다."
창업 21년 만에 매출 1조원 신화를 쏘아 올린 벤처기업 휴맥스의 변대규(사진) 사장이 꼽은 성공 비결이다. 휴맥스는 지난해 매출 1조52억원, 영업이익 750억원을 기록했다고 26일 공시했다.
변 사장이 1989년에 창업한 이 업체는 첫 해 1억2,500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케이블 및 위성방송 수신에 필요한 TV셋톱박스라는 한 우물만 파서 21년 만인 지난해 1조원 매출을 넘어섰다. 1세대 벤처 중 한 가지 사업으로 1조원 매출을 올린 기업은 휴맥스가 유일하다.
매출의 98%를 해외에서 올릴 만큼 이 업체의 수출 비중은 절대적이다. 해외 업체를 통해 북한에도 간접 수출됐고, 심지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도 이 업체 제품을 사용했다.
변 사장이 1조 매출을 올릴 때까지 일관되게 지킨 원칙이 있다. 절대 직원을 회사 성장의 수단으로 삼아 함부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은 고용이라는 거래관계가 아닌 사업 파트너이자 동반자"라며 "직원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우수 인재들이 그의 곁을 지켰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더불어 '정직한 실패'를 위해 애썼다. 변 사장은 CD노래방 반주기 등 초창기 몇 번의 사업 실패를 경험했다. 그는 "수 없이 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겪었으나 그 과정에서 잘못된 것을 반드시 고쳤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바로 잡는 정직한 실패야말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꼽았다.
정직한 사업에 대한 집착은 돈 되는 기업간 거래(B2B)까지 멀리했다. 변 사장은 "비겁한 일을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며 "초기에 B2B 사업을 했는데 대기업에 술 사주고 밥 사주고 돈 주는 일이 성격에 맞지 않아 소비자들을 겨냥한 사업(B2C)으로 돌아섰다"고 회고했다.
다행이 그렇게 시작한 디지털셋톱박스는 유럽,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크게 성공해 7개국에 공장을 두고 제품을 만들어 8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체 상표다.
사업이 커지면서 변 사장은 한국적 경영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2년 전 만났을 때 그는 "한국인은 개인 능력이 뛰어나지만 조직화했을 때 충분한 역량이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에게 맞는 경영기법과 조직문화를 개발해야 한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그는 2년 간 사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연구했다. 그는 "한국인이 서양인과 차별되는 요소는 속도와 집단적 에너지"라며 "우리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기질, 대기업의 지배구조와 집단적 에너지는 결정을 빠르게 하지만 이를 경영기법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아직 못찾았다"고 말했다.
변 사장은 올해 IT와 자동차를 결합한 카 인포테인먼트 사업을 새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GM대우자동차에 전장부품을 공급하는 대우IS의 지분 16.67%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자동차에 설치하는 TV셋톱박스를 개발해 일본 등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는 "올해 자체 상표로 일본 시장에 자동차용 HD셋톱박스를 상반기 중에 내놓겠다"며 "도요타 자회사인 덴소가 유통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5년까지 TV 셋톱박스 분야에서 매년 15%씩 성장해 매출 1조8,000억원, 자동차 분야에서 5,0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총 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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