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모든 산업이 다 그렇지만, 건설업이야말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 수주도, 설계도, 영업도, 시공도, 모든 게 사람 손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얼마나 좋은 인재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 그 인재들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 모으는가에 따라 건설사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대우건설은 이 쪽 업계에서 ‘인재사관학교’로 불린다. 실제로 건축 시공 시행 등 건설분야 현업에서 활동하는 ‘대우맨’들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 서종욱 대우건설사장도 본지 인터뷰에서 ‘대우건설=인재집단’으로 정의하는 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건설사는 사람이 전부입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어요. 지난 10여년간 그 험한 고비를 넘길 수 있었던 것도 결국은 사람의 힘이었다고 봅니다.”
사실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대우건설은 그야말로 모진 세파를 겪어야 했다. 대우그룹 해체로 ㈜대우에서 계열 분리되면서 대우건설은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4년여의 고생 끝에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그 것도 잠시, ‘승자의 저주’에 걸린 모그룹의 자금난 속에 결국 지난해 다시 매물로 나왔다. 중동계가 인수한다고 했다가 몇 달 만에 그것도 무산됐고, 결국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계열로 편입되고 말았다. “대우건설이니까 버텼지 웬만한 기업 같으면 아마 제 풀에 쓰러지고 말았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서 사장은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공능력평가에서 3년이나 1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직원들의 힘이었다”며 “이것이야말로 진짜 위기를 이겨내는 대우건설만의 DNA”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회사가 위기일 때 오히려 직원 이직률이 낮아지는 ‘수수께기’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산업은행 계열편입을 계기로, 이 같은 인재경쟁력을 발판 삼아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계획. 그 방향은 무엇보다 해외로의 전진이다.
확실히 대우 출신들에겐 ‘밖에서 더 강해지는’ 힘이 있다. 사실 옛 대우그룹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글로벌화’를 주창했던 곳.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글로벌 마인드는, 그룹 해체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점은 서 사장도 동의했다. 그리고 그 장점은 계속 키워가겠다고 했다. “해외사업 확대를 위해 지난 3년간 많은 준비를 했는데, 특히 인재훈련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신입사원들은 입사와 동시에 무조건 해외에서 4개월간 직무훈련을 시켜 해외업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도록 정신무장도 시켰지요.”
대우건설은 올해 ‘다(多)품종 다(多)모작’ 해외진출전략을 세웠다. 경쟁우위지역인 리비아와 알제리, 나이지리아 등을 거점으로 해 앞으로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한동안 등을 돌렸던 중남미나 가나 앙골라 등에서도 대우 깃발을 꼽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 분야도 다변화해 토목뿐 아니라 부가가치 높은 바이오ㆍ에너지에까지 결실을 거둬간다는 구상이다.
서 사장은 올해부터는 정말로 일을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든든한 국책은행이 모기업이 됐으니 이젠 더 이상 경영권 리스크를 핑계 댈 수도 없어요. 힘겹고 길었던 터널을 빠져 나온 만큼 이젠 정말 한번 해 볼만 할 것 같습니다.”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잊을 수 없는 순간들
서종욱 사장은 입사 3년차이던 1979년 첫 해외근무 시절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했다.
“막 대리를 달았을 때 리비아 벵가지 가리니우스 의과대학 신축공사 현장으로 발령이 났어요. 78년 대우건설이 해외에서 수주한 첫 사업이자 저의 첫 해외현장 근무였어요. 무엇보다 회사와 동료, 일을 알게 됐고, 해외를 배웠고, 리비아를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더욱 잊을 수 없죠. 지금 돌이켜보면 나와 회사가 함께 한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최근 개통된 남해 거가대로를 준공했을 때입니다. 국내에선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침매공법(바다 밑으로 터널을 놓는 방식)으로 시공한 다리인데, 정말 고난이도 공사였죠. 천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공사 3년 동안 현장 일대로 태풍이 한번도 불지 않았다는 겁니다. 혹시라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흠…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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