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법정관리신청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대한해운이 유상증자를 한 지 1개월, 회사채를 발행한 지 2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25일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이를 주관했던 증권사와 신용평가사 등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증자든 회사채발행이든 두 가지 모두 감독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어서 금융감독원 감독이 허술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대량 손실을 초래한 이번 사태에 대해 증권사나 신평사들은 “회생신청을 할 줄은 전혀 몰랐다” “당시에는 이렇게 업황이 악화할지 몰랐다”며 발뺌만 하고 있다.
투자자 손실 불가피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지난해 10월 말~11월 초 유상증자와 자산유동화증권(ABS), 회사채 발행을 잇따라 결의하고 11월 말~12월 말까지 이를 통해 총 1,700여억원(▦유상증자 866억원 ▦ABS 500억원 ▦회사채 4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가 유동성 위기를 겪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발행한 회사채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각종 무보증사채의 미상환분을 모두 합치면 무려 3,800억원에 이른다.
이중에서도 우선 대한해운 주식 투자자들은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 만약 법원이 회생신청을 기각하면 청산 수순을 밟게 돼 주식은 정리매매에 들어가고, 회생 개시를 결정하더라도 관리종목이 되고 주가 급락과 감자 등으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회사채 투자자 역시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법원에서는 공익채권과 상거래채권, 담보채권, 무담보채권 순으로 변제 순서를 매기는데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선박펀드를 통해 사들인 대한해운의 배는 ‘공익채권’이어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반면, 무보증 일반 회사채의 경우 무담보채권으로 분류된다. 대한해운 같은 BBB 등급 사채는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창구를 통해 사는 편이어서, 기관보다는 개인의 원금 손실 피해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시장보다 후한 평가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지자 불과 1, 2개월 전 유상증자를 주관했던 증권사와 회사채발행시 평가를 맡았던 신용평가사들이 대한통운에 대해 지나치게 후한 평가를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신정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대한해운이 회생을 신청한 25일 회사채 등급을 관리 대상인 ‘D’로 내렸다. 하지만 이들 신평사는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대한해운의 회사채 발행 시 ‘BBB+’라는 투자 적격 등급을 주었다. 당시 시장에서 거래되던 대한해운 회사채의 시장 금리는 같은 등급의 평균 시장금리보다 1%포인트나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평가보다 신평사가 준 등급이 훨씬 후했던 셈이다. 그리고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뒤늦게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전형적인 ‘뒷북’평가를 한 것이다.
유상증자 당시 대표주관사를 맡았던 현대증권도 설명서에서 “주요 화물(철광석, 석탄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신조선 발주 취소 및 인도연기 등 지속적인 공급조절노력을 한다면 2008년과 같은 폭락 없이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평사와 주관 증권사 등은 “당시에는 해운업황이 이렇게 나빠질지 몰랐다”며 발뺌하고 있다. 실제로 유상증자가 이뤄진 12월 중순까지만 해도 해운업황을 나타내는 발틱해운지수(BDI)는 해운사들의 손익분기점이라 불리는 2,000을 웃돌고 있었으나, 12월 하순께 그 아래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1,500선까지 무너지는 등 급격한 하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BDI 지수는 이미 지난해 11월 초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에서 이들이 투자자들을 호도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허용한 감독기관 역시 눈총을 받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상증자 당시 대한해운에 정정을 지도하며 위험 요인을 충실하게 기재하도록 하긴 했지만, 회생절차를 신청할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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