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천리안’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해 6월 발사돼 약 3만6,000km 상공에서 지구를 훤히 내려다보며 기능을 테스트하는 중이다. 천리안은 한국의 첫 정지궤도복합위성이며, 해양관측센서를 실은 세계 첫 정지궤도위성이다.
24~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차 전지구해양과학협의체(POGO)에 참석한 세계 20개국 바다 전문가들은 천리안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프랑스 회사 아스트리움이 함께 개발한 천리안의 해양관측센서(GOCI)가 그들을 사로잡았다.
하루 8번 1시간 간격 관측
지난해 11월 23일 천리안이 보내온 연평도 영상에는 폭격의 흔적이 너무도 선명하다. 폭격 전 연평도 상공에는 희고 엷은 구름뿐이었지만 1시간 뒤 찍은 영상에선 폭염이 확실히 드러난다. 폭격 맞은 지점을 꼭지점으로 해서 짙은 연기가 바람 부는 방향을 따라 삼각형 모양으로 퍼져 있다.
GOCI는 다른 위성에 비해 시간해상도가 높다. 영상을 더 자주 찍는다는 소리다. 보통 위성들은 같은 영역을 하루에 한두 번 정도 관측한다. 지구 주위를 돌다 같은 지점으로 다시 오는데 시간이 걸려서다. 그러나 천리안 같은 정지궤도위성은 지구와 같은 속도로 돌기 때문에 특정 영역을 계속 촬영할 수 있다. 천리안은 한반도와 그 주변을 낮 동안 1시간 간격으로 하루 8번 관측한다. 산불 같은 대형화재나 화산 분출도 거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대신 공간해상도는 낮은 편이다. 화소 하나의 크기가 가로 500m, 세로 500m다. 이만한 크기의 물체가 영상에서 화소 하나로 표시된다는 얘기다. 최근엔 해상도가 가로세로 1m로 높은 위성도 나와 있다. 대신 천리안은 다른 위성들에 비해 시야가 매우 넓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가로 2,500km, 세로 2,500km에 이르는 영역을 한눈에 본다.
유주형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장은 “이만한 영역을 1시간마다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은 현재 천리안뿐”이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나 유럽우주국(ESA)도 천리안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위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류 이동과 적조 시기 예측
지난해 9월 천리안이 한반도 서남해안을 촬영한 영상에는 바닷속에 떠다니는 퇴적물이 시간대별로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GOCI는 부유퇴적물 말고도 바닷물에 녹아 있는 유기물과 식물성플랑크톤, 각종 오염물질의 종류와 양, 흐름까지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입자들은 각각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흩어지게 하는 특성이 있다. GOCI는 바로 이 특성을 이용해 바닷속 입자들을 관측한다.
GOCI는 감지하는 빛의 파장 영역들을 10나노미터(1nm=10억분의 1m)씩으로 잘게 나눴다. 분광해상도를 높였다는 뜻이다. 이 덕분에 바닷속 특정 입자가 흡수하거나 흩어놓은 빛을 감지하면 어느 파장 영역인지 정확히 구분이 가능하다. 이 데이터로 입자의 종류와 양을 추정해내는 것이다. 파장 영역을 80~100nm 정도로 넓게 설정하는 보통 위성들은 이런 분석이 거의 불가능하다.
퇴적물이나 유기물, 식물성플랑크톤 데이터는 어민들에게 중요한 정보다. 퇴적물의 흐름에 따라 어류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유기물 양에서 염분 농도를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랑크톤이 급격히 늘면 적조현상이 나타난다. 적조는 해마다 어업에 많은 피해를 주고 생태계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천리안이 파악한 바닷속 입자 정보를 한국해양연구원이 개발한 분석소프트웨어에 입력하면 해류나 적조가 어디로 이동할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4월부터 무료 영상 제공
지난해 11월 천리안이 보내온 영상에는 한반도로 향하기 전 중국대륙에 넓게 퍼져 있는 누런 황사가 선명하게 보인다. 희게 보이는 구름 영역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GOCI는 해양뿐 아니라 황사 같은 대기 관측도 가능하다. 천리안에 실려 있는 기상관측센서만으로는 황사의 규모는 확인할 수 있지만 황사를 구성하는 입자의 종류까지 정확히 가려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GOCI는 바다나 공기 중에 떠 있는 입자의 색깔도 감지할 수 있다.‘해색센서’라고도 불리는 이유다.
유 센터장은 “대기의 물리적 특성을 알아낼 수 있는 기상관측센서와 해색센서를 함께 활용하면 황사 예측 정확도가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리안 영상은 올 4월쯤 시험운용이 끝나면 정부기관이나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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