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제조업 생산과 설비투자 증가에 힘입어 6.1%를 기록했다. 8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2009년 성장률이 11년 만에 최저치(0.2%)를 기록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도 있지만, 민간부문이 성장 모멘텀을 회복했기에 가능한 수치임이 분명하다. 올해 한국경제는 경기 사이클상 지난해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만큼, 역시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어느 정도 둔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래도 미국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좋아질 것으로 보여, 한국 등 신흥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될 게 확실시된다.
경기 상승 기조가 유지된다 해도 중국의 긴축 가능성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 대외변수는 여전히 남는다. 특히 걱정스러운 것이 물가 불안이다.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는 데다 구제역 확산, 유례없는 한파 등의 영향으로 인플레 기대심리가 빠르게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어제 내놓은 자료를 보면,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간 물가 상승률 전망치)이 3.7%로, 1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신흥국들의 인플레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욱이 최근의 물가 상승은 국제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해외 요인의 영향이 커서 뾰족한 대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의 불공정행위와 담합 조사 등으로 일부 생필품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행정력을 동원해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식의 대증요법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의 압력이 느슨해지면 그간 반영하지 못했던 인상분까지 한꺼번에 오를 게 분명하다. 강압적인 물가 잡기에 매달리기보다 곡물 등에 대한 관세와 유류세 인하 등을 통해 수입물가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중에 풀려나간 과도한 유동성을 축소하고 수출 위주의 고환율 정책을 수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5% 성장 목표에 집착해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경제회복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지금은 ‘물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대증요법이 아니라,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할 수 있는 거시적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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