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린 대학강사를 결국 법정에 세우기로 했다. 낙서 행위가 공안사건으로 취급돼 기소까지 되면서 수사기관의 과잉 대응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안병익)는 26일 대학강사 박모(39)씨 등 2명을 공용물건 손상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지난해 10월 31일 0시30분부터 오전2시까지 서울 종로와 을지로, 남대문 등 도심 22곳에 G20 준비위원회가 설치한 대형 홍보물 22개(2.5m×0.9m 13개, 1.1m×0.8m 9개)에 미리 준비한 쥐 도안을 대고 검은색 스프레이를 뿌려 훼손한 혐의다. 검찰은 박씨와 함께 입건된 3명은 모두 전과가 없는 대학생이고 범행 가담 정도가 경미하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경찰이 박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 사건을 공안부에 배당해 직접 수사해왔다. 검찰은 표현의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소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용물건인 G20 홍보물을 훼손한 것은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이는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당시 G20 회의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도 불법 행위가 없는 한 대부분 허용됐다고 강조하면서 “박씨 등이 홍보물 크기에 따라 쥐 도안과 스프레이를 준비하고 역할을 분담해 광범위한 지역에서 홍보물을 훼손한 것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조직적, 계획적 범행”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처럼 기소의 불가피성을 강조했지만 기소 자체가 무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공용물건 손상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결국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기 위한 검찰의 궁색한 논리”라며 “국가형벌권의 남용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기초질서 위반 사안에 해당될 법한 경미한 사건에 형사처벌을 하겠다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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