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해충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미생물과도 ‘대화’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26일 “고추가 뿌리 주변에 미생물을 끌어들여 해충에 대한 면역력을 높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생태학저널’에 실렸다.
류충민 책임연구원팀은 공기와 볕이 통하는 플라스틱 통에 3주 된 고추 모종을 심은 다음 온실가루이(흰색파리)를 풀어놓고 온실가루이 없이 자란 고추와 비교했다. 온실가루이는 잎에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몸 길이 1~2cm의 해충이다.
3주 뒤 온실가루이가 공격한 고추의 줄기 무게는 약 20% 줄어든 반면 뿌리 무게는 50% 정도 크게 늘어났다. 연구팀은 뿌리 주변의 미생물을 조사, 유익한 세균과 곰팡이가 많이 모여 있음을 확인했다. 류 연구원은 “고추 체내에서 해충이 공격한다는 신호가 뿌리 쪽으로 내려가 이들 미생물을 끌어들인 것”이라며 “미생물이 분비한 식물생장호르몬 때문에 뿌리가 많이 자랐고, 해충에 저항하느라 에너지를 많이 쓴 줄기는 생장이 더뎌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식물이 어떤 물질로 위험 신호를 보내는지 알아내면 해충을 농약 없이 퇴치하는 기술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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