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다니느니" vs "업무능력 미흡" 꼬인 실타래풀기가 첫 단추눈높이 엇박자 탓 취업난-구인난 동시 발생학력-일자리 불일치 비율, 선진국의 2~3배'기술인재 양성' 마이스터고 성공 정착 절실
경기 화성의 한 금속기계 업체.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로 연매출 2,000억원이 넘는 탄탄한 회사지만 최근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총무팀 등 관리직원과 숙련공이 모자라지만 마땅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이 회사 김기민(37) 과장은 "관리직원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 출신을 뽑아 봤자 1년을 버티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숙련공을 키우기 위해 공고 출신 사원을 뽑으려 해도 지방이라 꺼려 하고 교육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 아예 다른 회사 40대 숙련공을 스카우트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난과 구인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른바 미스매치 현상이 심각하다. 구인하는 쪽과 구직하는 쪽 사이의 눈높이의 차이,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 여기에 간판을 중요시하는 체면 문화까지 겹쳐 구직ㆍ구인 활동이 심하게 엇박자를 내고 있다. 신규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미스 매치를 푸는 것도 청년 실업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3만여개 기업을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인력을 제대로 뽑지 못해 필요인력의 20%가 미충원 상태다. 300인 이상 사업장도 10% 가까운 필요 인원을 뽑지 못했다. 지난해 4월 현재 청년 실업률이 10%에 이른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와는 딴판이다.
한마디로 일자리 미스매치가 주범이다. 미스매치는 취업자의 보상 기대 수준과 기업의 숙련도 기대 수준이 어긋나는 데서 발생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대졸자의 80% 이상이 정부나 공공기관, 대기업, 금융기관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9.9%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취업은 거꾸로다. 조사 대상 대졸자의 절반 가까이(46.5%)는 중소기업에 취업을 했다. 대졸자는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과 대기업, 그리고 고임금 업체를 원하지만 지방에 있는 중소기업, 그 것도 기대보다 낮은 임금 수준이 그들의 현실이다.
원하지 않는 기업에 취업을 하다 보니 이른바 속칭 '돌빽(돌아온 백수)'이 적지 않다.
지난해 2월 서울의 S대 국문과를 졸업한 홍영채(29)씨도 이른바 중소기업에 취직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학교 도서관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그는 2009년 1년여 준비한 공기업과 대기업 입사에 실패했다. 굳은 마음을 먹고 경기 의정부의 중소규모 전자업체를 선택했지만 막상 다니다 보니 '이건 아니다''라는 판단이 들었다.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는 "취업을 원했던 대기업과 비교해 보니 입사 때부터 임금, 복지 수준의 격차가 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 참기 힘든 것은 친척, 친구들이 실패자로 보는 시선이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이다. 어렵게 뽑은 신입사원의 숙련도가 떨어져 교육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 1인당 순수 재교육비만 제조업은 3,501만원, 대기업은 4,476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학력자 과잉공급이 기대 수준의 과잉을 낳고 결국 미스매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일자리와 학력간 불일치 비율은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2~3배나 높다. 대학진학율이 83.8%(2008년)이나 되지만 정작 필요한 인력과 일자리는 없다는 이야기다.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마이스터고는 해결의 단초를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최고의 예비 기술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이 학교는 졸업 후 우수기업 취업, 특기를 살린 군 복무, 향후 대학교육 기회 제공 등을 특징으로 한다. 벌써 설립한 취지가 빛을 본 사례도 있다. 대기업 중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지난해 12월 교육과학기술부와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한 것. 삼성전자는 마이스터고 학생 100명을 선발, 2년간 500만원의 학업 보조비, 현장실습 등을 제공하고 2013년 2월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으로 뽑기로 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군에서도 기술을 살릴 수 있고 복무 후 복직도 보장돼 그야말로 기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기업 입장에서도 젊고 유능한 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아직 대기업과 마이스터고 사이의 윈-윈 사례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다른 대기업, 우수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이 절실하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이스터고의 성공 여부는 미스매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정부가 알려지지 않은 우수 중소기업을 적극 홍보, 구직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단순 기능인이 아니라 기술인을 양성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정책차원에서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송태희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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