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2-2 연장 혈투 끝 승부차기 0-3 패
'왕의 귀환'을 노리던 한국 축구가'도하 징크스'에 발목이 잡혔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알가라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 카타르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드라마틱한 연장 승부를 펼쳤지만 2-2에서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0-3으로 패했다.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0-1로 패배한 대표팀은 18년 만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대결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행운의 여신은 한국에 미소를 던지는 듯 했지만 끝내 외면했다.
1-1로 맞선 연장 전반 7분 황재원(수원)이 오카자키 신지에게 파울을 범해 페널티킥을 내줬다. 수문장 정성룡이 정확히 방향을 읽고 몸을 던져 막아냈지만 쇄도하던 호소가이가 굴절된 볼을 차 넣어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을 깼다.
조광래 감독은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을 투입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좀처럼 골 기회를 잡지 못하며 안타까운 시간이 흘러갔다. 전광판 시계가 멈출 무렵 얻은 마지막 프리킥 찬스에서 기적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문전 혼전 중 흘러 나온 볼을 황재원이 왼발 슈팅한 것이 일본 골 네트 오른쪽을 갈랐다.
기사회생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뒤집기를 노렸지만 구자철(제주), 이용래(수원), 홍정호(제주)가 잇달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0-3으로 패배했다.
일본을 맞은 태극 전사들은 이란과의 8강전 120분 사투가 부담이 된 듯 무거운 몸놀림을 보였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일본이 장악했다. 일본이 강한 드라이브를 걸자 한국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고전하던 한국의 숨통을 틔워준 것은 일본전에서'센추리 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가입을 달성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전반 22분 황재원(수원)의 롱 패스가 상대 페널티지역으로 넘어올 때 곤노 야스유키(FC 도쿄)의 파울을 유도 페널티킥을 얻어 냈고 기성용(21ㆍ셀틱)이 키커로 나서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일본은 전반 36분 마에다 료이치의 동점골로 따라 붙었다. 전반에 진땀을 흘린 한국은 후반 들어 공격 실마리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특히 후반 15분 구자철(제주)의 슈팅이 골 옆 그물을 때린 장면이 아쉬웠다. 조 감독은 경기 흐름이 좀처럼 바뀌지 않자 예상 밖의 선수 교체로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 26분 지동원을 빼고 홍정호(제주)를 투입, 4-1-4-1 형태로 포메이션을 바꿨고 후반 36분 이청용(볼턴) 대신 손흥민(19ㆍ함부르크)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일본 골문을 열지 못한 채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28일 밤 12시 호주-우즈베키스탄전의 패자와 3ㆍ4위 결정전을 치른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