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호 삼성 감독의 이마에 주름이 깊이 패였다. “오늘 아예 안 데려왔어. 지금 숙소에서 링거주사 맞고 있을 거야.” 삼성의 기둥인 이승준(33ㆍ204㎝)은 급성 장염 탓에 전날 밤 구토와 설사를 반복했다.
2위 전자랜드와 3위 삼성이 격돌한 25일 잠실실내체육관. 전날까지 4연승의 신바람을 냈던 삼성이지만 경기 전 분위기는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아 있었다. 이승준의 갑작스러운 결장 때문이었다.
이승준이 빠진 삼성은 1쿼터 시작과 함께 전면강압수비와 속공으로 승부를 걸었다. 1쿼터 중반까지는 작전이 잘 먹혔다. 하지만 삼성은 서장훈(16점 3리바운드)-문태종(25점 14리바운드 10어시스트)-허버트 힐(19점 10리바운드)로 이어지는 전자랜드 삼각편대에 높이에서 밀렸다. 전반전은 48-37 전자랜드의 11점차 리드.
전자랜드는 3쿼터 한때 추격을 허용했다. 3쿼터 종료 4분4초 전에는 삼성 김동욱(17점)에게 3점포를 맞고 62-57까지 쫓겼다. 전자랜드는 그러나 문태종이 곧바로 2점슛을 꽂아 한숨을 돌린 뒤 박성진의 자유투 2개와 3점포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승기를 잡은 전자랜드는 4쿼터 2분께 이한권(8점)의 우중간 3점포로 점수를 18점차까지 벌렸다. 전자랜드는 4쿼터 중반 서장훈과 문태종을 다시 내보내 경기를 마무리했다.
102-83 전자랜드의 대승. 전자랜드는 3위 동부와 승차를 3경기로 벌렸고, 4연승을 마감한 삼성은 공동 3위에서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문태종은 시즌 2호 트리플더블을 달성했고, 신인 임창한(9점)은 고비마다 3점포 3개를 쏘아 올리며 승리를 거들었다.
창원에서는 8위 모비스가 6위 LG를 79-78로 눌렀다. 모비스는 경기 종료 2초 전까지 76-78로 뒤졌으나 종료 직전 송창용(10점)의 버저비터 3점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문태종의 친동생인 LG 문태영은 26점 10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으나 빛이 바랬다.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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