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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은 인재/ 원인 파악도…초기 대응도…복합적 부실이 '대재앙'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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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은 인재/ 원인 파악도…초기 대응도…복합적 부실이 '대재앙' 키웠다

입력
2011.01.2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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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역학조사를 통해 밝혀낸 전파 경로에 따르면 이번 구제역은 초동 대처에 성공했다면 경북 안동의 소규모 피해로 끝날 수 있었다.

베트남産 바이러스가 불씨 지핀 안동

구제역 바이러스가 최초 발생지인 경북 안동 농가에 도착한 것은 지난해 11월7일로 추정된다. 이 농가 주인 권 모씨 등 3명이 그 전달 24일부터 이날까지 구제역이 상시 발생하는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이들은 귀국 직후 법무부와 안동시의 소독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주이석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방역부장은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를 통한 전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나, 농장주의 베트남 방문이 가장 유력한 전염원"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는 이 곳에서 번식해 이웃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지역은 집성촌이라 이웃끼리 접촉이 빈번하고 다소 고립된 지리적 위치 등 바이러스 확산에 알맞은 조건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11월23일 마침내 바이러스가 발현했다. 한 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증세 돼지가 발견된 것. '도둑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경북가축위생시험소 북부지소가 간이항체키트로 검사한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왔다. 신속한 검사를 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이키트를 사용하는 바람에, 28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올 때까지 방역당국은 손을 놓고 있었다. 주 부장도 "원칙적으로 간이항체키트를 사용한 것이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결국 방역당국이 행동에 나선 것은 최초 의심신고 접수 후 5일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감염된 돼지가 하루에 무려 10억개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초 확진이 늦어지는 순간부터 대재앙은 불가피한 상태였다.

전국 확산의 결정적 포인트 경기도

구제역이 전국으로 퍼진 것은 경기 지역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됐기 때문인데, 방역 당국은 안동에서 구제역이 확인됐을 때 경기 지역으로 전파 가능성을 낮게 봤다. 28일 최초 발생 후 안동지역 주민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경기 지역 분뇨차가 다녀갔으나 (바이러스가 남은) 분뇨를 싣고 가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한 관계자는 "경기 파주의 분뇨차량이 최초 발생 11일 전인 11월17일께 안동에 내려온 것을 확인했으나, '분뇨를 퍼갔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운전기사와 차량에 대한 개인소독만 당부했을 뿐 해당 지역에 살처분 조치 등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주 부장은 "실제로 분뇨까지 싣고 간 사실을 확인한 것은 경기도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12월14일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역시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지역으로 확산 가능성을 뒤늦게 확인한 것이 문제라는 발언을 했다. 파주 분뇨차의 정체만 제대로 확인했다면, 경기도의 사육돼지 260만 여두 중 55%(145만여두)가 살처분되는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었던 셈이다.

경기도 이후, 막을 수 없었던 전국 확산

인적, 물적 이동이 많은 경기도가 뚫리자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12월14일 구제역이 확진된 경기 양주의 사료 차량은 인접한 강원 화천(21일 구제역 확진) 등을 오가며 강원도에도 바이러스를 퍼뜨렸다. 12월21일 구제역이 발생한 횡성 소재 사료 공장은 철원ㆍ춘천ㆍ강릉 등 강원도 뿐만 아니라 같은 생활권인 경기 여주ㆍ이천 등 경기 남부에도 차량으로 사료를 배송하며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충청지역도 경기 남부 사료차량 등을 통해 전파된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1월1일 구제역 발생이 확인된 천안은 인접한 경기 여주ㆍ이천 등을 통해 유입됐고, 동물약품ㆍ가축운반 차량 등을 통해 충청지역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인접 시군이 함께 사용하는 도축장도 바이러스 매개 역할을 했다. 구제역이 발생한 보령(1월2일)과 당진(1월5일) 농가는 각각 지난해 12월23일과 21일에 인천 도축장을 다녀갔는데, 김포ㆍ파주 등 구제역이 발생한 다른 지역 농가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도축장을 다녀갔기 때문이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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