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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설리더에게 듣는다] <3> 김병호 쌍용건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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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설리더에게 듣는다] <3> 김병호 쌍용건설 사장

입력
2011.01.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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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준공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최대 52도까지 기울어진 ‘입(入)’자 모양도 건물 외형도 독특하지만, 역시 압권은 3개 건물 위를 서로 연결한 스카이파크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건물을 지을 수 있을 까. 설계자조차 완공 후 ‘이렇게 지어질 지 몰랐다’고 말했을 정도. 이 호텔이 모습을 드러내자 세계 언론은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며 찬사를 쏟아냈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이제 머라이언(상반신 사자와 하반신 인어를 합친 싱가포르의 상징인 상상의 동물)과 함께, 엄청난 관광수입을 창출하는 싱가포르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상상을 현실로 바꾼 ‘마법의 손’은 바로 쌍용건설이었다. 김병호 쌍용건설 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의 예를 들며 “건설에도 명품 있다. 이젠 그냥 해외건설이 아니라 명품건축물을 짓고 수출하는 명품건설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성철 경제부장

지금은 온갖 미사여구가 따라붙는 랜드마크가 됐지만, 사실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난공사 중의 난공사였다. 내로라하는 세계 굴지의 건설업체 14곳이 입찰에 도전했다가 4곳만 발주처 기준을 통과했고, 이중 일본과 프랑스 업체는 중도포기, 홍콩 건설사는 설계 원안에 맞는 공법을 찾지 못해 결국 낙오됐다. 이처럼 세계 유수의 건설사들도 두 손 들었던 사업을 쌍용건설이 맡아 그것도 예정기간 보다 앞당겨 준공하는 저력을 보이자 회사를 대하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한다.

“건설도 역시 잘 만드는 것 말고는 왕도(王道)가 없더군요. 잘 지은 명품 하나가 회사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킵니다.”

사실 쌍용건설의 기술력은 동남아 지역에서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예컨대 2008년11월에 수주해 지금 시공중인 싱가포르 마리나 해안 고속도로 482공구는 매립지 지하를 통과해야 하는 최고 난이도의 공사. 어려운 만큼 공사비도 비싸, 1㎞를 짓는데 무려 8,200억원의 고가로 수주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고속터미널역 913공구 공사도 마찬가지. 기존 3호선에서 불과 15㎝아래로 터널을 뚫는 어려운 공사다. 하지만 쌍용건설은 ‘지하철 시공실적 1위’명성답게 기발한 공법으로 이 공사를 성공했고, 이곳을 본 싱가포르측 관계자들이 결국 쌍용건설에 자국 지하철건설 사업을 발주하기도 했다.

쌍용건설은 그 동안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해외건설사업을 벌여왔지만 올해부터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낼 계획. 최근 현지법인을 세운 리비아와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는 건축을 포함해 환경ㆍ담수ㆍ가스플랜트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장차 중남미 시장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이다.

김 사장은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사가 살아남는 길은 ‘명품경쟁력’뿐이라고 강조했다. 저가ㆍ출혈수주로는 결국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으며, 이젠 격(格)에 맞는 고부가가치 건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항상 명품만을 고집할 수 없는 풍토에 있다. 늘 매출액이나 시공능력평가 같은 외형적 지표부터 따지기 때문. 그러다 보니 최저가 입찰을 해서라도 수주를 올려야 하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김 사장은 “양 보다는 질로 평가받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면서 “명품건설능력, 기술력으로만 붙는다면 누구와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정리=전태훤기자 besame@hk.co.kr

●잊을 수 없는 순간들

김병호 사장은 우리나라 주상복합 열기의 도화선이자, 쌍용건설의 국내 최고의 대박 프로젝트였던 서울 내수동의 '경희궁의 아침'을 분양할 때가 가장 기억난다고 했다.

"경희궁의 아침은 당시 프로젝트 담당 임원으로서 잠을 설쳐가며 고민하고 애정을 쏟아 부은 '자식'같은 사업이었어요. 외환위기 이후라 분양을 장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회사도 워크아웃을 겪던 터여서 모든 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었지요.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각인될 수 있도록 우선 한글 브랜드(경희궁의 아침)를 달았습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LA교민을 상대로 투자사업설명회도 가졌지요. 지성이면 감천이었는지, 지금은 생소한 풍경이지만 모델하우스를 열기 3일 전부터 수백 명이 청약을 하려고 밤새 줄을 섰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김병호 사장은

1952년 대구 출생

경북고 계명대 경영학과 졸업

1982년 쌍용건설 입사

쌍용건설 건축영업담당 이사, 건축본부장(전무) 역임

2006년~ 쌍용건설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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