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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기러기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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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시로 여는 아침] 기러기 가족

입력
2011.01.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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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아버지 송지호에서 좀 쉬었다가 가요.

-시베리아는 멀다.

-아버지, 우리는 왜 이렇게 날아야 해요?

-그런 소리 말아라.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 것들이 많단다.

● 기러기 난다. 기러기가 날지 않는다면 겨울 하늘 더 황량하리. 떼로 날며 하늘에 쓰는 자음 글자들 무슨 암호냐. 하늘 길 여는 열쇠냐, 너희들 결연한 의지의 맹세냐. 산 모양 여럿 만들어 허공에 산수화 한 폭 치며 나는 기러기들아. 울음의 파문으로 풀어지는 너희들 그림에 모음으로 번져오는 그리움. 이 주책 어찌 다 감당하란 말이냐.

‘잠자는 땅’이라는 어원의 시베리아를 향해 기러기 날고 있으니 시 속 배경은 봄이구나. 아들 기러기 효심 극진타. 아버지 기러기 위해 송지호에 쉬어 가자는 게지. 그 맘 읽은 아버지 기러기 눈시울 뜨거워졌으리라. 아들아, 우리 날개들은 ‘저 밑’을 얻기 위하여, 자유를 얻기 위하여 허공에 몸도장을 평생 찍어야 하느니라.

랜딩기어처럼 접혀 하늘 떠가는 물갈퀴 발. 긴긴 여정 내내 기러기들이 나눌 선문답 같은 이야기. 그 이야기 떠올려보게 하는 이 시 한 편을 내 마음 초입에 솟대로 세워 볼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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