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총수들의 신묘년 해외 경영이 본격화하면서 이들의 첫번째 행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가 바뀐 뒤 처음 떠나는 출장은 총수들이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곳이거나 새해 경영에서 역점을 두는 곳이라 주목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이 (해외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일본을 첫 출장지로 선택했다. 이 회장은 지난 10~19일 일본을 방문해 새해 경영구상을 다듬는 한편, 모교 동창들과 교수들, 사업가들을 만났다. 이 회장은 연례 행사처럼 매년 연초에 일본을 방문해 지인들과 신년 인사를 해왔다.
이 같은 전통은 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이 회장의 선친인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도 1959년 연말부터 30여년 동안 그 해 마지막 정례 사장단 회의가 끝나면 출국해 새해를 일본에서 보냈다. 이병철 회장은 이 곳에서 일본 언론과 학계의 새해 경제 전망을 숙독하거나 시청하면서 사업구상을 했다. 그의 연례행사에는'도쿄구상'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일편단심'형이다. 그는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함께 41회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5일 스위스로 떠났다. 최 회장은 1998년 SK 회장 자리에 오른 이후 거의 매년 다보스행으로 해외 출장의 첫 시동을 걸었다. 그는 그 동안 다보스포럼에서 해외 유수의 재계 관계자들과 교류를 갖고 글로벌 전략에 대한 다양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7일에는 자신이 건의해 3년째 열리고 있는 다보스포럼'한국의 밤'행사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강덕수 STX 회장의 올해 첫 해외 출장은 '신성장동력 발굴'에 방점이 찍혀있다. 정 회장은 24일부터 6일간 콩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짐바브웨, 모잠비크 방문에 나섰다. 이들 국가 정상 등과 만나 구리광산 개발권 등 안정적인 철강 원재료 확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강 회장은 중동에 눈길을 줬다. 강 회장은 19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5개국 방문에 나섰다. 그는 중동 주요국 관계자들과 만나 STX의 사업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주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챙겨볼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강 회장이 올해 중동 지역을 핵심 공략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계의 차세대 총수들은 업무와 해외 시찰을 겸하는 '실속형'출장으로 신묘년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10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현대차를 대표하는 공식 연설자로 참석했다. 그는 이 행사에서 현대차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혼다 도요타 포드 GM 등 경쟁사들의 신차들도 꼼꼼하게 점검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도 전자업계 최대 행사인'CES2011'에 참석하면서 새해 첫 해외 일정을 시작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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