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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진위원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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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영진위원장의 조건

입력
2011.01.25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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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럽다. 새 영화진흥위원장 지원자들 얘기다. 21일 공모마감 결과 무려 17명이나 몰렸지만, 언론에 공개된 면면을 보면 그나마"이 사람 정도는"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인물 하나 없다. 참신성과 너무나 거리가 멀고, 책임감도 의심스럽다. 한국 영화정책을 이끌겠다는 인물들이 겨우 이 정도 밖에 안 되나. 앞서 중도 낙마한 두 위원장의 선임 때 서류심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일찍 현장을 떠나 정치인에 가까운 영화인, 심지어 지금 자리를 버리고 말을 갈아타려는 현직 기관장까지. 영진위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자업자득이다.

■ 이 정부 들어 영진위는 위원장이 모두 중도 하차하는 파란과 치욕을 겪었다. 오죽하면 위원장 자리를 가리켜 '영화인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영진위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잘못된 위원장에 대한 인사는 영진위, 나아가 정부의 영화정책 자체까지 믿지 않게 만들었다. 위원장들은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진보 영화인들의 반발과 집요한 흔들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명백히 드러난 자신들의 독선과 도덕성 결여, 자질과 현실감각 부족 앞에서는 변명에 불과했다. 어떤 배경이든 문화부는 그런 위원장을, 두 번씩이나 '적임자'로 뽑았다.

■ 조희문 전 위원장 해임 직후 유인촌 장관은 후회하듯 "이제 교수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현장 영화인도 문제가 많다"고 덧붙였다. 교수는 현장감각과 소통과 리더십의 치명적 결함을, 현장 영화인은 자기 식구 챙기기의 이기주의와 조직운영 미숙에 갈등 조장을 이유로 들었다. 특정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듯한 이런 인사원칙이야말로 비합리적이고 위험하지만 두 교수 위원장과 영화인들의 행태를 감안하면 이해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번에도 위원장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 대부분은"언제든, 적당히 즐기고 돌아갈 수 있는"그들이다.

■ 벌써 누구는 청와대 누구와 같은 모임회원, 청와대 누구와 고교 동창, 새 장관의 지인이어서 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영화 관련기업 CEO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말도 있다. 갈수록 심각한 대기업의 영화산업 독점에 대한 영화인들의 불만과 위기의식, 영진위의 존재 이유와 방향을 망각한 발상이다. 정말 눈앞의 인물들과 바깥 바람에 흔들리지 말고 눈을 크게 떠 유능하고, 사심 없고 덕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정병국 장관으로서는 문화부 수장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줄 첫 시험대, 영진위로서는'존폐'가 걸린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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