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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멸치쌈밥에는 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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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멸치쌈밥에는 쌈이 없다

입력
2011.01.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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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는 웅촌면은 크기로 보자면 손바닥만 한 면소재지이지만 울산, 부산까지 널리 소문난 유명한 맛집이 있다. 돼지고기 전문 식육식당인데 삼겹살, 목살 등 늘 싱싱하고 맛있는 부위만 사용해 그 명성이 자자하다. 양도 푸짐해 점심, 저녁시간에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북적거린다.

최근에 들렀다가 너무 한산해 깜짝 놀랐다. 이 식당에 다닌 지가 십 년이 넘었는데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주인에게 구제역 영향이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돼지고기 식당에 돼지고기가 없다고 한다. 비싸서 내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구제역에 소며 돼지를 그렇게 파묻어버렸으니 값이 천정부지로 솟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식당 차림표에도 삼겹살 1인분 가격이 주머니 사정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껑충 뛰어올라가 있었다. 구제역 이후 요즘 점심 약속은 십중팔구 해산물 식당에서 있다. 손님이 몰려들지만 그곳에도 고민이 있다. 멸치쌈밥을 시키면 멸치는 푸짐한데 쌈이 귀하다. 한파로 남새 가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차림표에는 멸치쌈밥이지만 사실상 삶은 멸치를 밥에 비벼먹는 멸치비빔밥이 되고 만다. 어제 동화작가인 배익천 선배와 함께 멸치쌈밥을 먹으며 쌈 문제로 투덜거렸더니 나무란다. 선배는 "요즘 쌈은 직접 챙겨 다니는 것이 소비자의 기본이다"고 한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이름뿐인 식단이 즐비해지고 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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